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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양말을 기웁니다

by 한글문화연대 2019. 6. 26.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2] 성기지 운영위원

 

하지를 지나 소서를 앞둔 요즘이야말로 농촌은 논밭 일과 농장 일, 과수원 일에 한창 일손이 달리는 때이다. 그래서인지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도 산문 밖을 나서서 일손을 거들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을 읽다가 “스님이 바쁜 일손을 도웁니다.”라는 기사문을 보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초등학생들의 방학숙제가 화제가 되며 “엄마가 숙제를 도웁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드물지 않게 “불우 이웃을 정성껏 도웁니다.”라고 쓴 기사들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라디오 방송에서 “재봉틀이 헤지고 짧아진 교복 치맛단을 꼼꼼하게 기웁니다.”라는 기자의 현장 중계 목소리를 들었다. “할머니께서 구멍 난 양말을 기웁니다.”라는 문장도 어느 글에선가 본 듯하다. 모두 잘못된 표현들이다. ‘돕다’, ‘깁다’와 같은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 뒤에는 ‘-ㅂ니다’가 아니라 ‘습니다’가 붙는다. “일손을 돕습니다.”, “숙제를 돕습니다.”처럼 ‘돕다’는 ‘돕습니다’로, “치맛단을 깁습니다.”, “양말을 깁습니다.”와 같이 ‘깁다’는 ‘깁습니다’로 써야 한다.


‘-ㅂ니다’는 받침이 없는 용언의 어간에 붙지만, “달도 차면 기웁니다.”, “승부가 크게 기웁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받침이 ㄹ인 용언(‘기울다’)의 어간 뒤에도 붙어 쓰인다. “(가게에) 갑니다.”는 자동사 ‘가다’에 ‘-ㅂ니다’가, “(밭을) 갑니다.”는 타동사 ‘갈다’에 ‘-ㅂ니다’가 붙은 꼴이다. 양말은 ‘깁는’ 것이고, 승부는 ‘기우는’ 것이니, “양말을 기웁니다.”처럼 혼동해서 쓰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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