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08] 성기지 운영위원


온종일 가게 일에 시달리다가 밤늦어서야 돌아오는 아내가 안쓰러워 대신 맡게 된 집안 일이 벌써 스무 해가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퇴근하고 짬짬이 돌보는 살림이라 크게 힘들 것은 없지만, 날마다 식탁 꾸리는 일은 여전히 신경 쓰인다. 게다가 입동을 앞둔 요즘에는 싱싱한 채소가 귀해지면서 반찬 장만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럴 때는 묵은 김치를 많이 먹게 되는데, 김치 가운데 “굵기가 손가락보다 조금 큰 어린 무를 무청째로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담근” 김치가 있다. 바로 총각김치이다.


지난날 우리 겨레는 성년이 되기 전 사내아이의 머리를 땋아서 뒤로 묶어 늘어뜨렸다. 그렇게 땋은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매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총각’이라고 했었다. 그런 머리를 한 사람은 대개가 장가가기 전의 남자라서 지금도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총각이라고 하게 됐다. 뿌리가 잔 어린 무가 그 머리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이것을 ‘총각무’라 부르게 되었고,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이다.

                                                                                                                  

재미있는 것은, 총각김치와 맞서는 말로 ‘홀아비김치’라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홀아비김치는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말한다. 김치를 담가보지 않았더라도, 김치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와 배추가 얼마나 찰떡궁합인지 잘 안다. 배추가 들어가지 않은 무김치와 무를 전혀 넣지 않은 배추김치는 식탁 위에 올려도 본새가 나지 않는다. 젓가락이 가지 않는 홀아비김치. 그 짝을 찾아 함께 버무려주어야 진짜 ‘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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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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