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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북새통

by 한글문화연대 2019. 10. 30.

[아, 그 말이 그렇구나-307] 성기지 운영위원

 

서른 해 가까이 광화문 쪽 일터에 드나들다 보니 갖가지 집회와 소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창밖으로 들리는 확성기 소리, 뜻 모를 구호나 선동에도 아랑곳없이 학술지와 월간지 교정 교열을 거뜬히 해낼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편집자는 간행 날짜를 맞추기 위해 때로는 주말 출근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토요일 출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아무리 30년 내공이 쌓였어도, 땅이 흔들리는 듯한 광화문 네거리의 북새통에는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북새통’은 많은 사람이 들끓어 북적북적한 상태를 나타낸 말이다. 예를 들면 전쟁 같은 난리 통을 북새통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럿이서 어떤 일을 방해하는 것을 ‘북새질치다’, ‘북새놓다’고 하며, 그런 판이 벌어진 곳을 ‘북새판’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 ‘북새’란 말의 유래가 궁금해지는데, 사전에는 ‘북새’가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북새’는 ‘북적거리다’의 뿌리인 ‘북’과 ‘모양새, 꾸밈새, 매무새’ 들에 사용되는 뒷가지 ‘새’가 붙어 만들어진 낱말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에 따라 ‘북새통’은 ‘북적거리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북새’의 본디말이 ‘복새’라는 견해도 있다. 복새는 ‘복사(覆沙)’가 변한 말로서, ‘복대기’와 같은 말이다. 광석을 빻아 금을 골라낸 뒤에 남은 돌가루를 복대기라 하는데, 이 복대기에서 다시 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큰 통을 ‘복대기통’이라고도 하고 ‘복새통’이라고도 한다. 이 복새통에 광석 알갱이를 넣어 흔들고 약품 처리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수선하고 시끄러웠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복새통’이고, 이 말이 변해서 ‘북새통’이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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