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09] 성기지 운영위원


매우 우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가리키는 ‘벽창호’라는 말이 있다. 언뜻 벽창호라 하면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쳐서 막은 부분이 떠올려진다. 빈틈없이 꽉 막힌 벽이 고집 센 사람의 우둔하고 답답한 속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어 ‘벽창호’는 건물의 ‘벽창호’(‘벽’과 ‘창호’를 합한 복합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벽창우’(‘벽창’과 ‘우’를 합한 복합어)가 변하여 굳어진 말이다.


‘벽창우’에서의 ‘벽창’은 평안북도의 ‘벽동’과 ‘창성’이라는 지명에서 각각 한 자씩 따와 만든 말이고, ‘우’는 소를 뜻하는 한자말이다. 따라서 ‘벽창우’는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 땅에서 나는 큰 소’가 된다.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소가 매우 크고 억세기 때문에,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이에 빗대어서 ‘벽창우’라고 했던 것인데, 이 말이 변해서 ‘벽창호’라고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변한 데에는 이미 널리 퍼져 있던, 건물에 있는 벽창호와 발음을 혼동하였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 보도를 보니, 국회의장이 일본 도쿄 데이코쿠 호텔에서 도쿄 한국학교장을 만나 “以人爲本”이라고 쓴 친필 휘호를 전달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일본 땅에 있는, 그것도 한국학교에 선물한 한문글자이다. 이 분은 지난 2월에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萬折必東”이라는, 중화주의에 물든 한문 휘호를 선물하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벽창호’ 하면 떠오르는, 참 한결같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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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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