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라고 누구나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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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게, 이것밖에 못 했어? 일을 하긴 하는 거야?” 어리버리한 김대리는 하루라도 부장님에게 혼구녕이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핼쓱한 얼굴에, 밤마다 우는지 붓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을 해댔기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윗글의 문장에서 틀린 표현이 없을까? 있다면 얼마나 틀렸을까? 이 3줄짜리 짧은 글에서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 모두 6군데 있다. 맞춤법에 맞게 문장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에계, 이것밖에 못했어? 일을 하긴 하는 거야?” 어리바리한 김대리는 하루라도 상사에게 혼구멍이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해쓱한 얼굴에, 밤마다 우는지 부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을 해댔기에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었다.

 

 이처럼 자주 사용하는 우리말이라도 헷갈리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표현들이 많다. 이 외에도 바르게 사용하지만 그 어원을 잘못 알고 있거나,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표현들도 있다. 표기에 맞는 정확한 맞춤법과 역사가 담겨있는 관용어, 그리고 우리말, 글을 맛깔나게 만드는 속담 정도는 잘 활용할 수 있어야 모국어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둘 중에 뭐가 맞는 표현일까?

 

어줍잖다/어쭙잖다
 ‘네 주제에 어줍잖게 가르치려 하지 마라’와 ‘네 주제에 어쭙잖게 가르치려 하지 마라’ 가운데 우리는 앞 문장처럼 ‘어줍잖다’는 말을 많이 쓴다. ‘어줍잖다’는 ‘어줍다’에 부정하는 뜻의 ‘않다’를 합친 것인데 틀린 표현이다. ‘어줍다’는 ‘말이나 행동이 익숙지 않아 서투르고 어설프다’는 뜻으로 이미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어 ‘않다’를 붙여서 쓸 필요가 없다. ‘어쭙잖다’는 ‘비웃음을 살 만큼 언행이 분수에 넘치는 데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뒤 문장처럼 ‘어쭙잖다’라고 써야 맞다.

 

들추다/들치다
 ‘들추다’와 ‘들치다’는 발음과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들추다’는 속이 드러나게 물건 같은 것을 들어 올리거나 무엇을 찾으려고 자꾸 뒤진다는 뜻이고 ‘들치다’는 물건의 한쪽 끝을 쳐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요리법을 찾으려고 책을 들춰 보았다’, ‘천막을 들치고 사람들이 나왔다’처럼 써야 맞다.

 

수놈/숫놈
 수컷을 뜻하는 접두어에는 ‘수’와 ‘숫’이 있는데, ‘수’로 통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짐승의 수컷은 ‘수놈’이 아니라 ‘수컷’, 소의 수컷은 ‘수소’이다. 옛날에는 접두사 ‘수’의 받침에 ‘ㅎ’을 써서 ‘숳’이었다. 이 ‘ㅎ’은 소리가 아직도 남아서 뒤에 오는 자음이 거센소리로 날 경우에는 소리 나는 대로 쓴다. 그 예로는 ‘수캐, 수탉, 수퇘지, 수평아리’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는데. ‘양’, ‘염소’, ‘쥐’는 ‘숫양’, ‘숫염소’, ‘숫쥐’처럼 ‘숫’을 써야 한다.

 

‘개판 오 분 전’의 ‘개판’이 그 ‘개판’이 아니라고?!
 흔히 ‘상태나 행동 따위가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개판’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판 오 분 전’의 ‘개판’도 같은 단어를 쓴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말의 유래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으로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간 피난민들은 물자가 끊긴 상황에서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식량 배급인이 가마솥의 음식을 피난민들에게 나눠주기 전에 누군가 “개판 오 분 전!”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때 음식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은 무질서했을 것이다. ‘개판 오 분 전’의 ‘개’는 한자 ‘열 개(開)’자를 쓰는데, 가마솥 뚜껑을 연다는 뜻으로 ‘개판’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유래된 ‘개판 오 분 전’ (tvN <LET’S GO 시간탐험대>방송 캡처.)

 

성큼 다가온 가을과 관련된 생소한 속담들
 
가을비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
 가을비는 여름비보다 매우 적게 내리고, 빗줄기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속담이다.

 

가을 물은 소 발자국에 고인 물도 먹는다.
 가을 물은 매우 맑고 깨끗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가을 다람쥐 같다.
 늦가을이 되면 긴 겨울잠을 잘 동안 먹을 먹이를 장만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다람쥐처럼 앞날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빗댄 속담이다. 또는 많은 양의 먹이를 저장해두는 다람쥐에 빗대어 욕심이 많은 사람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어를 잘 아는 한국인이 되려면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외국어 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국제화 시대인 만큼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은 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국어 능력을 돌아보고 한 번쯤 재정비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인이라도 한국어를 잘 알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모르는 영어 단어를 발견했을 때 바로 영어사전에 검색해보는 그 열정의 반만이라도 모국어를 좀 더 깊이 알려고 한다면 국어를 ‘잘 아는’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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