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11] 성기지 운영위원


관용구나 속담 가운데는 주로 민간어원이라 확인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속담이 있는데,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도 남 몰래 엉큼한 짓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까놓은 호박씨가 참 많다. 뉴스를 검색할 때마다 호박씨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러면 이 속담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었을까?


옛날에 아주 가난한 선비가 살았는데, 이 선비는 글공부에만 매달리고 살림은 오로지 아내가 맡아서 꾸려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선비가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방문을 여니까 아내가 무언가를 입에 넣으려다가 얼른 엉덩이 뒤쪽으로 감추는 것이 보였다. 선비는 아내가 자기 몰래 음식을 감춰 두고 혼자 먹고 있다고 의심해서 엉덩이 뒤로 감춘 것이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당황한 아내는 호박씨가 하나 떨어져 있기에 그것이라도 까먹으려고 집어서 입에 넣다 보니까 빈 쭉정이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눈물과 함께 용서를 구하고, 선비는 그런 아내의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함께 껴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남 몰래 엉큼한 일을 하는 것’을 일러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고 하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전해지는데, 굳이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어쨌든 이야기 자체는 눈물겨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야기의 내용과 그 말의 쓰임이 동떨어지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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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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