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1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서 ‘끓이다’와 ‘삶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영어의 ‘boil’은 이 두 뜻을 아우르고 있지만, 국물 요리가 발달한 나라답게 우리는 ‘끓이다’와 ‘삶다’를 뚜렷하게 구별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같은 면 요리라 하더라도 라면은 ‘끓여’ 먹지만 국수는 ‘삶아’ 먹는다. 그리고 배춧국은 끓여 먹고, 나물은 삶아 먹는다. 모두 아는 사실을 굳이 이야기하는 까닭은, 끓이는 것과 삶는 것의 차이를 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을 뜨겁게 가열하여 소리가 나면서 거품이 솟아오르게 하는 것을 ‘끓인다’고 하고, 어떤 물체를 물에 넣어 끓이는 것을 ‘삶는다’고 한다. 실제 요리에서 이 두 낱말을 구별해 보면, 물에 음식 재료를 넣어 재료를 익히고 국물 맛도 함께 우려낼 때에는 ‘끓인다’고 하고, 단지 재료를 익히기 위해 열을 가해 물을 끓게 하는 것은 ‘삶는다’고 한다. 곧 “찌개를 끓인다.”와 같이 국물을 함께 먹기 위한 것은 ‘끓인다’고 할 수 있고, “달걀을 삶는다.”처럼 재료만 익힐 뿐 국물을 먹기 위해 끓이는 것이 아닐 때에는 ‘삶는다’고 하는 것이다.


라면은 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이므로 ‘끓여서’ 먹지만, 국수는 단지 면만 익히기 위해 물에 넣어 열을 가하는 것이므로 ‘삶는’ 것이다. 배춧국 또한 국물을 먹는 음식인 데 비해, 나물을 끓는 물에 데칠 때에는 국물을 먹지 않기 때문에 ‘삶는다’고 하는 것이다. ‘삶다’는 음식뿐만이 아니라, ‘빨래를 삶다’, ‘행주를 삶다’처럼 쓸 수도 있다. 우리말의 깊은 맛은 이처럼 푹푹 삶아낼수록 풍미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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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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