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15] 성기지 운영위원
어제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지 이천 열아홉 해가 되는 날이었다. 누군가 태어난 날을 경외시해서 높여 부를 때, 우리는 흔히 ‘탄신일’이라는 말을 쓴다. 예수 탄신일, 석가 탄신일, 세종대왕 탄신일 같은 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탄신’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임금이나 성인이 태어난 날”로 풀이되어 있다. 곧 ‘탄신’ 자체가 태어난 날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에 다시 ‘날’의 한자말인 ‘일’을 붙여서 ‘탄신일’이라고 하면, ‘날’이 두 번 들어간 잘못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태어난 날은 예수 탄신, 석가가 태어난 날은 석가 탄신으로 써야 한다. ‘탄신’은 ‘탄일’하고도 같은 말이다. 그래서 ‘성탄일’이라고 하면 성인이 태어난 날을 뜻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좋은 시간을 가졌나요?”처럼, 우리는 ‘시간을 갖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소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갖는다’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그 시간에 따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갖다’란 말은 ‘시간을 보내다’로, ‘좋은 시간을 가지다’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다’로 고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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