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남용에 동조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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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영어가 남용되는 분야는 많지만, 그중 화장품은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 광고문을 보면 한국어가 버젓이 존재하는 단어를 영어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며, 어려운 영어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영어권 국가에서는 쓰지도 않는 영어표현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화장품 업계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영어를 남용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들이 있다. 바로 ‘톤28’과 ‘이지은바를거리’이다. 


▲이지은바를거리 로고


이지은 바를거리

 회사 이름부터 한국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지은바를거리’는 먹을 수 있는 원료를 화장품에 사용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이다. 착한 화장품 성분만큼 한국어에 대한 애정도 ‘착하다’. 

  이지은바를거리에서는 메이크업을 ‘얼굴 단장’이라고 표현하며, 파운데이션을 ‘물분’이라고 부른다. 온통 영어 이름이 난무한 화장품들 사이에서 떡하니 한국어로 표기된 화장품 이름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다. 메이크업이나 파운데이션보다 훨씬 더 간단명료하게 의미가 전달된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그 위에 덧바르는 방식을 흔히 ‘레이어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지은바를거리에서는 이를 ‘겹쳐 바르다’로 표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분’과 광고문구 중 일부

 

  이지은바를거리의 남성용 화장품인 ‘호연지기’이다. 특이한 점은 스킨을 ‘미안수’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굳건해 보이는 검은색 용기와, 한글과 어우러진 한국적인 디자인이 ‘호연지기’라는 제품 이름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호연지기 미안수


톤 28

  화장품 용기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등 환경 보전에 힘쓰는 화장품 기업 ‘톤28’ 또한 영어 남용에서 발을 뺀 기업이다. 

▲‘톤 28’ 광고문구


 ‘톤28’은 제품 이름에 ‘내용이 될 만한 재료’라는 뜻을 가진 의존명사 ‘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야깃거리’, ‘일거리’, ‘먹을거리’ 등의 낱말을 사용한다. 핸드크림은 ‘손 바를 거리’, 샴푸는 ‘머리 감을 거리’, 클렌저는 ‘씻을 거리’,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는 ‘차단 거리’라고 이름 붙였다. 너무나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되는 제품 이름에 왜 여태까지 이러한 표현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화장품에 영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명분은 없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는 어감도 익숙하지 않다. 영어를 남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화장품을 광고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두 기업의 행보가 화장품 분야에서 당연시되는 영어 남용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본보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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