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칭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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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동갑내기 친구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형, 오빠, 언니, 삼촌 등 호칭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국에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상반된다. 이와 관련하여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간 어떤 한국인 학생의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이 학생은 학교 선생님을 줄곧 ‘티처(Teacher, 선생님)’라고 불렀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 “나를 계속 ‘티처’라고 부르면, 나는 너를 스튜던트(Student, 학생)라고 부르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나이와 관계에 따른 호칭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점점 변화하면서 이러한 호칭 문화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친족 호칭

  우리나라의 호칭은 특히 결혼 이후 가족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처형, 처제, 동서, 형님, 처남, 아주버님, 아가씨 등 나의 배우자와 무슨 관계인지에 따라 호칭이 전부 다르다. 심지어 남편의 남동생은 기혼(서방님)인지 미혼(도련님)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심지어 호칭어 지칭어가 다른 경우는 더욱 헷갈린다. 대표적인 예로는 ‘숙부’가 있다. 아버지의 남동생을 ‘숙부님’이라고 많이들 부르지만 사실 ‘숙부’는 지칭어이지 호칭어가 아니다. 알맞은 호칭어는 ‘삼촌’, ‘아저씨’, ‘작은아버지’이다. 

  여성가족부는 작년 1월 28일부터 2월 22일에 걸쳐 국민권익 위원회의 온라인 참여 플랫폼을 통해 친족 호칭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총참여자(3만 8564명)의 96.8%가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라고 높여 부르지만 아내의 동생은 처남 혹은 처제로 낮춰 부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여러 토론과 공모로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배우자의 형제나 자매를 부를 때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나 언니로, 나이가 적으면 ‘~씨’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복잡한 친족 호칭에 따른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사장님/선생님

  우리는 으레 중년이나 노년의 남자분을 사장님, 그의 아내를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또는 나이 드신 분이라면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이 실제로 사장님이나 선생님이 아니라도 마땅한 호칭이 없다 보니 상대방을 아무 관련도 없는 호칭어로 부르는 것이다. 매우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빠/형

 “오빠가 말이야~”, “형이 말이야~”하는 식으로 말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단순히 친근함의 표시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오빠와 형이라는 단어에 단순한 호칭어 이상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한두 살 차이로도 지나치게 예의를 강조하는 문화가 있어 많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예의와 호칭은 별개

  예법을 아주 중요시했던 우리나라 선조들은 경우에 맞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문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옛날의 호칭을 무작정 고수하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함을 자아낼 때가 많아지고 있다. 또 한국의 호칭 문화 덕분에 사람들이 더욱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도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님’이라고 높여 부르면서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당장은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색한 호칭 때문에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불편해지는 상황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대등한 관계를 잇는 문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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