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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삶에 목적 따위는 없다.

by 한글문화연대 2014. 7. 24.

[우리 나라 좋은 나라-42] 김영명 공동대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들이 넘쳐난다. 대개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들 한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이건 좀 바보 같은 소리 같다.

 

삶에 목적이라는 것이 있나? 우리가 어떤 무엇을 이루기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났나? 아니면 태어난 뒤에 우리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나? 아니다. 우리는 그냥 이 세상에 던져졌으니까 살아갈 뿐이다. 나는 비행기 승무원이 되어야지 하는 목적은 사는 동안에 가지게 되는 하나의 목적이지 내가 이 땅에 태어나서 사는 것 자체의 목적은 아니다.


나는 어차피 내 뜻과는 관계 없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난 뒤에 아직 죽지 않으니 살아갈  뿐이다. 죽기가 두렵고, 나중에 어차피 죽을 건데 미리 내가 먼저 죽어줄 까닭이 별로 없으니 그냥 사는 거다. 대개는...

 

그러니 삶에 목적 따위란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사람이 사는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죽을 이유가 없으니 사는 거다. 개인에 따라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하느님을 모시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그들 각자의 '개별적'인 목적일 뿐 '일반적'인 삶의 목적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허전하고 뭔가 교수답지 못한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저런 군소리를 늘어놓는다. 좀 있어 보이려고...

 

그래도 어쨌든 이왕 살게 되었으니 좀 잘 살아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물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말이 아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왕 사는 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어리석은 우리가 무엇이 행복인지 잘 모르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목적이나 의미를 찾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삶에 어떤 목적을 부여하자면, 각자의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삶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목적이다--유전자 잇기. 다른 말로는 종족 보존. 그것도 안 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그것은 개별적인 사정일 뿐이다.

 

삶에 목적 따위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비우기의 첫 단계이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첫걸음이다. 말이 너무 거창하게 되어버렸나? 삶 자체이든 구체적인 어떤 행동이나 상황이든, 목적이나 의미를 너무 생각하지 말자. 그냥 살자. 그리고 이왕 사는 거 좀 행복하게 살아보자. 그러기 위해 노력해 보자.

 

아, 그러면 행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것도 너무 생각하지 말자. 그냥 살다보면 행복이 올 수도 있고 운이 없으면 안 올 수도 있다. 오든 안 오든 그냥 그렇게 살자.

왜 사냐건 웃지요...란 시가 있는데, 그건 특별한 게 아니다. 웃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니까.
왜 사냐는 질문은 “어이구, 인간아 왜 사니 왜 살어?” 할 때 외에는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느냐이다. 어차피 안 죽어서 사는 거니까 좀 잘 살아보자 하는 거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얘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삶의 철학이 아니라 국어 용법에 관한 얘기가 된 듯하여 독자들에게 상당히 송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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