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속담으로 내려온 심리 현상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변한석 기자

akxhfks1@naver.com

 

새벽안개가 짙으면 맑다라는 속담처럼 자연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상 관련 속담들이 있다. 또한, 심리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사람 심리를 묘사한 속담들도 있다. 마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을 자기방어기제라는 심리 현상으로 해석하듯이 속담과 심리 현상을 퍼즐처럼 끼워 맞추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으며 지식 획득이라는 유익도 준다.

 

심리 현상을 표현한 다양한 속담 중 은이치고 젊어서 호랑이 안 잡은 사람 없다라는 속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젊은 시절 자랑을 부풀려서 하게 된다는 뜻의 속담이다. 흥미롭게도 현대에도 비슷한 뜻을 가진 유행어가 있는데, 바로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지적을 비꼬는 라떼라는 유행어다.

 

보통 젊어서 호랑이륿 잡았다식의 자기 자랑은 어른이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충고가 허풍 가득한 자기 자랑으로 변질되어 듣는 사람이 위압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무용담처럼 뽐내기를 좋아할까. 여기에는 의외로 매우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청소년기 후반과 성년기 초반의 기억이 일생 중 가장 오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회고 절정이라고 부른다.

 

 

회고 절정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청소년기와 성년기 후반이 자아 형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 나의 나 됨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의 경험들이 자신에게 유달리 소중하게 느껴지며, 따라서 기억 부호화가 더 정교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노년기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보라 하면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꼽는다는 연구나, 사람 인생에서 유난히 기억이 많이 남는 시기가 청소년기와 성년기 초반이라는 연구결과 모두 회고 절정과 관련이 있다. 예시로 든 속담처럼 호랑이를 잡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사실 자신의 젊었을 때가 그리운 것이다.

 

실생활과 근접한 예시를 두 가지 들자면, 먼저 중장년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군대 썰이 있다. 야간 근무에서 집채만 한 멧돼지를 봤다는 괴담, 긴 행군 이후 먹은 건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소감, 이렇게 과거 자신이 고생한 경험들을 나열하면서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야~’라며 자신들의 무용담을 밤새 떠드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군대 경험이 강렬하게 기억되는 건 군대에서 고생한 이유도 있지만, 군대 시기가 청소년기 후반 및 청년기 초반에 해당하여 회고 절정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예시로는 옛날 문화를 그리워하는 향수 현상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티브이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90년대 후반 인기가수들을 초청해 옛날 노래로 무대를 꾸미는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방송에서는 당시 청소년이었던 팬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아이의 손을 잡고 무대 방청을 하는 모습을 더러 볼 수 있었다. 또한, 작년 추석 방영된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콘서트> 역시 과거 노래를 재조명하는 취지를 가진 방송이다. 사람들이 옛날 노래를 다시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노래는 노래도 아니다, 옛날 노래들이 그립다.”라는 여론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정말 요즘 가요가 과거 가요보다 수준이 떨어져서 옛날 노래들이 각광받는 걸까? 흥미롭게도 <토토가><숨듣명>에 나온 노래들은 발매 당시 가창력이 떨어진다거나, 의미 없는 영어 가사만 반복되는 노래라는 요즘 노래와 똑같은 비판을 받았다.

 

 

대중이 옛날 노래를 다시 찾는 이유는 옛날 노래가 요즘 것보다 좋아서라기보다 회고 절정 효과 때문이다. <토토가>에 열광한 시청 층을 살펴보면, 노래 유행 당시 청소년이었던 30대 시청자들이었고, <숨듣명>20대 중후반 대중이 가장 열광했는데, 역시 <숨듣명>에 나온 노래들이 지금의 20대 중후반이 청소년기에 발매된 노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10년 후 인터넷에서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가 활동하던 때가 그립다면서 관련 방송을 제작할지도 모른다.

 

늙은이치고 젊어서 호랑이 안 잡은 사람 없다라는 속담을 현대의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로 해석하는 것처럼, 더 나아가 옛날 속담을 현대의 과학개념으로 설명하듯이 옛날 사람요즘 사람은 단절될 수 없으며 서로를 충족시켜야 하는 관계다. 우리는 꼰대라떼같이 세대 간의 불화와 혐오를 나타내는 단어를 지양하여야 한다. 신세대도 언젠가 요즘 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옛날을 그리워하는 회고 절정 현상을 겪는 기성세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