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강국인데 우리나라 사람 이름은 찾을 수 없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이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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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정기적으로 경기를 열어 전문적인 게이머가 탄생하였다. 이후 2012년까지 약 13년 동안 꾸준히 대중의 사랑받아왔으며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주었다. 임요환, 홍진호, 김택용, 이영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낳으며 현재까지도 팬들의 무수한 사랑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이 종료된 이후에도 새로운 게임 종목이 시작되었다. 현재까지도 인기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전략 게임이 그것이다. 새롭게 유행을 타기 시작하여 대한민국을 다시 게임 열풍으로 이끈 리그오브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의 명성을 이어 대한민국이 게임 강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 ‘Faker’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 나아가 세계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가장 잘하는 선수로 꼽히는 건 ‘Faker’ 이상혁 선수다. 한국에서는 이상혁이라는 그의 본명이 잘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Faker라는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물론 해외 생활을 위해서는 영어 이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를 포함한 모든 리그오브레전드의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처음부터 영어 이름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프로게임의 시초인 스타크래프트는 모든 선수가 실명을 사용했다. 프로게이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임요환, 홍진호 등 모든 선수가 본명을 사용하며 국내에서 그 이름을 드날렸다. 물론 해외 경기에서는 익숙하지 못한 이름 과 게임 언어의 호환 문제로 인해 영어 이름을 만들었지만, 국내 경기에서는 본명을 사용했다. 경기의 종목만 바뀌었을 뿐인데 왜 국내에서 사용되는 선수명의 언어가 바뀌게 된 것일까?

 

<자료1. 한국 최고의 선수 Faker 이상혁 선수>

영어 선수명을 사용하게 된 까닭
사실 선수명에 대한 규정은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스타크래프트는 계정 만들기가 자유로워 대회에서 새로운 계정을 통해 본명을 이용한 선수명 설정이 가능했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는 계정 생성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최 초기에 선수 본인의 계정으로 참가했다. 그러자 지역 차별적 별명, 성 차별적 별명, 인종 차별적 별명 등 방송으로 송출하기 무리가 있는 선수명이 나왔다. 결국, 대회 주최 측에서 선수명을 다양한 의미로 설정할 수 있는 한국어를 문제 삼아 대대적인 선수명 변경에 나섰다. 게임단에 공문을 내려 선수명을 모두 간단한 영어 단어로 바꾸는 것을 권장한 것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선수명은 자신의 명함이나 다름없다”며 프로게임에 대한 국내외 응원단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하며 좋은 의미를 지닌 선수명을 사용하는 것을 선수뿐만 아니라 국가의 격을 높이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영어 선수명에 대한 해외 반응
국내 응원단에서는 영어 선수명에 대해서 사실 큰 거부반응이 없다. 선수들의 본명이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선수명은 별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영어 이름으로 불릴 때 아쉬움을 표현하며 좀 더 한국스러운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해외 응원단의 반응은 조금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혹은 영미권 문화를 동경하기에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는 의견과 규정과 공용어를 사용할 때의 편의성, 그리고 해외 응원단의 편의성을 위해 가장 보편적인 언어인 영어를 사용했다는 의견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의미의 영어 단어를 사용하여 선수명을 짓는 것 때문에 단순히 문화 사대주의 영향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Easyhoon’ 선수는 자신의 본명 ‘이지훈’의 발음을 본 따 만들며 언어유희로 영미권 응원단에 좀 더 친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선수명에 대한 창의적 접근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이 시작된 지 벌써 9년이 지났다. 규정이 자리 잡기 전에는 본명을 사용하는 구단과 영문 예명을 사용하는 구단이 같이 나오는 모습도 보였고, 오랜 기간 정리하여 지금의 규정이 탄생하게 되었다. 단지 국내 응원단만이 자국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경기를 시청하므로 한국어 본명보다는 해외 응원단과 국내 응원단이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과 영어 이름을 짓는 것은 다르다. 국내외 수많은 응원을 받고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Nuguri’선수는 선수명을 말 그대로 동물 너구리에서 따왔다. 이처럼 영문 표기라는 제약 속에서도 많은 선수가 영어로 이름을 지을 때 너구리 선수와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혹은 좋아하는 한글 단어를 영문으로 표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영어 선수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Easyhoon’, ‘Nuguri’와 같이 영어로 표기하되 한국어를 살려 해외 응원단에 당당히 세계 최강의 한국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한글 이름을 날려 그 위상을 높였으면 좋겠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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