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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스포츠 콤플렉스

by 한글문화연대 2016. 6. 15.

[우리 나라 좋은 나라-62] 김영명 공동대표

 

스포츠 콤플렉스

 

나는 스포츠에 콤플렉스가 있다. 한글문화연대 창설자가 영어를 많이 써서 미안하다. 하지만 꼭 그래야 될 까닭이 있다. 그 까닭은 이 글이 끝날 때 나온다. 그렇다고 먼저 이 글의 끝으로 달려가서 그 까닭을 알아보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말기 바란다. 무릇 인간의 탈을 썼으면 좀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되는 법이니까.

 

어릴 적에 형이 둘 있었다. 지금은 하나뿐이다. 그 중에 큰 형(그때는 언니라고 했다)이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다) 때 야구 선수를 했단다. 그래서 야구를 배웠다. 배웠다기보다는 형이 나하고 야구 공 가지고 놀아준 거다. 그래서 난 야구하기를 좋아했고 중학교 다닐 때까지 동네 아이들 하고 자주 어울려서 야구를 했다. 중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녔는데, 거기서는 아이들이 야구를 많이 했다. 일본 영향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서울로 고등학교를 오니 아이들이 야구는 안 하고 축구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축구도 학교에서 자주 하니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반대표의 열한 번째로는 낄 수 있었다. 

대학교로 가서 체육 시간에 축구 골키퍼를 보았는데 내 몸이 좀 날렵한지라 담당 교수가 사회대 대표 골키퍼로 테스트를 받아 보라길래 1시간 40분 걸리는 거리를 수업도 없는 날 집에서 학교로 갔다. 가는 도중에 힘과 의욕이 떨어졌다.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몸을 날려 공은 잘 받아도 멀리 찰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더 힘이 떨어져서 집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그건 기억이 안 난다. 


대학교 2학년 때 단과 대학 별 야구 시합을 한다길래 나도 한 번 나서 보았다. 선배들이 와서 테스트를 하는데 나는 곧잘 하여 선수로 뽑혔다. 그런데 음대와의 경기에서 삼진 한 번 당한 기억밖에 안 난다. 담당 체육 교수가 뒤늦게 나타나더니 경기 끝난 다음에 다시 테스트를 하였다. 잘 하는 내가 아마 실수를 좀 하였는지 또 떨어진 것 같다. 그 전 해에 뛰었던 3학년 학생들이 뒤늦게 나타났는데, 아마 거기에 밀렸을 것이다. 

 

내 운동 실력은 이런 정도였다. 반대표 정도. 단대 대표는 좀 힘들고. 그래서 나는 내가 운동을 어느 정도는 하지만 썩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언제나 생각해 왔다. 이것이 내 스포츠 콤플렉스라 할 수 있다.

 

스키를 배웠는데도 썩 잘 타지는 못하였다. 30대부터 테니스를 하였는데, 처음 시작하여 상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운동이다. 40대 중후반 정도에 한계를 느끼고 그만두어 버렸다. 그 뒤에 골프도 배우고 ‘헬스’도 하고 야산에도 가끔 갔다. 운동을 놓은 적은 없으니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그러나 어느 종목이든 특별히 잘 하지는 못했다. 특히 골프는 나 스스로 10년 지진아라고 규정하였고 지금은 거의 그만 둔 상태다. 그런데 지진아인 이유가 자주 못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거기에는 스포츠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부터 주목해 주세요. 반전이 일어납니다. 테니스를 안 하니 뭔가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 부족이 느껴졌다. 아, 이 말은 안 했구나. 내가 특히 못하는 운동이 장거리 달리기이고 더 못하는 운동이 수영이다. 아예 물에 뜨지를 않는다. 내가 몸에 근육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근육은 괜찮은 편이다. 달리기 이런 운동을 못하니 운동 부족이 느껴져서 하다못해 재즈 댄스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런 건 하면 잘 할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중고등학교 합동 동창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기별 야구 시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나도 끼게 되었다. 그런데 먼저 하고 있던 녀석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나를 완전히 주전자 당번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는 주전급이었다. 열 받은 나는 실력으로 보여주리라 마음먹고 야구 교습을 받으러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교습 장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게 되고 그 녀석한테서 고등학교 동창 야구팀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가 보았다. 3년 전 일이니 내 나이 60세 때다. 갔더니 이름만 올린 사람 말고 실제로 하는 사람들 중 선배는 딱 하나 있고 그 다음이 내 3년 후배였다. 40대가 주축을 이루고 30대, 50대가 있었다. 거기서 나는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배들이 아이고 선배님 왜 이렇게 잘 하십니까 하고 난리다. 한 2년 나가다가 나이 상 좀 멋쩍기도 해서 지금은 안 나간다. 후배들에게 자리도 내어주어야 하고... 

 

다시 중학 동창들로 돌아가자. 거기서는 1년에 한두 번 야구를 하는데 옛날에 잘 했다는 녀석들이 어깨 고장 나고 무릎 나가고 하여 병신들이 많이 되었다. 투수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나서게 되었다. 주전자는커녕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가 된 것이다. 내 어깨는 아직 괜찮은 편이다. 참, 이 나이에 야구 투수라니...    

 

테니스도 3-4년 전에 다시 시작했다. 그만 둔 10년 세월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깝다. 계속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텐데... 다시 시작하고 보니 20-30년 계속 한 사람들보다 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열심히 하여 어느 정도 비슷하게 되었다. 물론 고수들하고는 수준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테니스도 가만 보니 진짜 고수들 빼고는 대개 엉터리로 친다. 구력으로 때운다는 말이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보니 내가 운동에 상당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예순이 넘은 지금에 알게 되었으니 좀 억울한 생각이 든다. 

 

학교 때 내가 운동을 특별히 잘 하지 못한 이유는 체력이 약한데다 한 해 먼저 학교에 들어가서 작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구력은 약한 편이다. 그러나 순발력이나 근력은 내 나이에 비해 좋은 편이다. 이런 자신의 장점을 무시하고 약한 지구력만 생각하고 스스로 능력을 비하한 것이 좀 억울하다. 

이것이 나의 스포츠 콤플렉스다. 나는 이 스포츠 콤플렉스를 엊그제 지하철 2호선 종합 운동장 역에서 내리면서 새삼 깨달았다. 우리 집이 그 앞에 있다. 스포츠 콤플렉스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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