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지169 물, 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9] 성기지 운영위원 긴 더위로 그 어느 때보다도 물 소비량이 많은 요즘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폭염에 이런저런 말들도 많다. 물과 말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임에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점이나, 한번 쏟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또, 맑은 물을 마셔야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깨끗하고 바른 말을 쓰면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점, 한번 오염되면 다시 맑게 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들이 모두 물과 말의 공통점이다. ‘물’은 입을 나타내는 ‘ㅁ’ 자 아래에 ‘ㅜ’ 자가 식도처럼 내려가 있고, 그 아래에 대장의 모양과 비슷한 ‘ㄹ’ 자가 받치고 있다. 이것은 물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온 몸 안에 흐르는 모습을 .. 2016. 8. 24.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8] 성기지 운영위원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폭염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올림픽 열기가 시들한 느낌이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성원을 보내주고 싶다. 중국 여자 탁구 대표 팀이 결승전에서 독일을 이기자 여러 매체들에서 “중국이 독일에 퍼펙트로 이겼다.”라든지, “모든 경기에 이겼다.” 하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일본식 말투로서 모두 우리 말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우리말에서는 ‘이기다’라는 말을, “독일을 이겼다.”,.. 2016. 8. 17.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7] 성기지 운영위원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상황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드디어 사업이 망했다.”고 말하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드디어’라는 말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디어’는 “드디어 사업이 성공했다.”처럼, 긍정적인 말과 함께 써야 하는 부사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끝내 사업이 망했다.”처럼 말해야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드디어 그녀와 헤어졌다.”고 할 때와, “끝내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는 그 말의 뜻이 완전히 서로 다르게 전달된다. 똑같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일인데도 정년퇴직을 할 때와 명예퇴직을 할 때에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다/.. 2016. 8. 4.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6] 성기지 운영위원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 우리가 어려운 한자말을 앞세워 으스대고 영어를 숭배하는 말글살이를 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나날살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거나 이미 낯설게 돼버린 우리 토박이말들이 많아졌다. 그 가운데는 꼭 붙잡고 싶은 아름다운 말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도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순 우리말이다. 한복 저고리 치맛단을 끌고 다니다 보면 끝이 닳아서 없어질 수가 있다. 땅에 끌리도록 길게 입는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또, 교실 책상을 오랫동안 쓰다 보면 네 귀퉁이가 닳아서 뭉툭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어떤 물체의 끝 부분이 닳아서 없어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우리말이 바로 ‘모지라지다’이다. 붓글씨를 오래 쓰면 붓끝이 .. 2016. 7. 28. 도쿠리, 도꾸리, 도꼬마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5] 성기지 운영위원 도쿠리, 도꾸리, 도꼬마리 옛날에는 치과병원도 흔치 않았을뿐더러 치료비 또한 서민들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 어버이 세대에서는 틀니 따위를 ‘야매’로 끼우는 일이 흔했다. 이 말은 정확히 표현하면 ‘야매’가 아니라 ‘야미’이다. ‘야미(暗)’는 “정당하지 못한 거래”를 뜻하는 일본말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뒷거래’로 순화했다. ‘야미’는 일본말이지만 ‘야매’는 우리식 한자말이다. 보통 ‘야매하다’라고 하면 “촌스럽고 어리석다”는 뜻인데, “그 곳 원주민의 생활은 아직도 곤궁하고 야매한 모양이었다.”처럼 사용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기지’와 ‘기장’이 있다. 흔히 양복 옷감으로 만든 펄렁펄렁한 바지를 ‘기지바지’라고 하는데, 이때의 .. 2016. 7. 21. 으스스한 말, 메슥거리는 속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4] 성기지 운영위원 으스스한 말, 메슥거리는 속 무더위를 쫓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몸이 오싹해지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흔히 ‘으시시하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으스스하다’로 고쳐 써야 한다. “찬 기운이 몸에 스르르 돌면서 소름이 끼치는 듯하다.”란 뜻이다. 이와 발음이 비슷한 말 가운데, “으쓱거리며 뽐내다.”란 뜻으로 ‘으시대다’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말도 ‘으스스하다’와 마찬가지로 ‘으스대다’로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한편, 속이 불편하여 울렁거릴 때 흔히 “속이 미식거린다.”라고들 한다. 그런데 ‘미식거리다’나 ‘미식미식거리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메슥거리다’나 ‘매슥거리다’가 표준말이고, ‘메슥대다’나 ‘메슥메.. 2016. 7. 14. 안경 낀 사람? 안경 쓴 사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3] 성기지 운영위원 안경 낀 사람? 안경 쓴 사람? 안경을 낀다고도 하고 안경을 쓴다고도 한다. 이 두 말은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말 동사들은 제각기 자기 본연의 임무가 있어서, 그 임무에 맞게 사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낱말이 가진 본래의 임무를 찾아 주면, 안경은 ‘끼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쓰는 것’이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끼다’는 낱말은 우리 몸의 일부에 꿰는 것을 표현하는데 한자말로는 ‘착용’에 가까운 말이다. 주로 ‘반지를 손가락에 끼다’, ‘장갑을 끼다’ 들처럼 사용한다. 이에 비해 ‘쓰다’는 우리 몸에 무엇인가를 얹어 놓거나 덮거나 .. 2016. 7. 6. 감격해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2] 성기지 운영위원 감격해하다 법은 냉정하지만, 가끔 힘없는 약자를 대변하고 그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는 판결문이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판결문에 적힌 감성적이고 따뜻한 표현들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곤 하는데,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사에서는 으레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하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감격해하다’와 같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우리말 ‘-어하다’는 형용사를 동사로 만들어 주는 구실을 한다. 가령 ‘예쁘다’, ‘귀엽다’, ‘행복하다’ 같은 말들은 모두 형용사인데, 여기에 ‘-어하다’를 붙이면 ‘예뻐하다’, ‘귀여워하다’, ‘행복해하다’와 같이 모두 동사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예를 든 ‘감격해하였다’의 경우, ‘감격하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 2016. 6. 30. 백상어의 공포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1] 성기지 운영위원 백상어의 공포 는 여름바다를 배경으로 한, 꽤나 유명했던 영화이다. 흔히 이 영화를 가리켜 ‘백상어의 공포’라고 소개하곤 했다. 에 출현했던 상어는 전체적인 몸뚱이가 잿빛이고 배는 하얀 빛을 띠고 있다. 이러한 상어를 흔히 ‘백상어’라 하는데 바른 말이 아니다. 몸통이 은빛을 띤 상어는 ‘은상어’라고 하지만, 이 배가 하얀 상어는 백상어가 아니라 ‘백상아리’이다. 또, 배가 하얗지만 몸빛이 짙은 푸른빛을 띤 상어가 있는데, 이 상어의 이름도 청상어가 아니라 ‘청상아리’이다. 바닷물고기 가운데, 같은 물고기를 두고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횟감으로 사랑받는 광어의 경우, 본래 이름은 넙치이다. 이것을 어느 때부턴가 한자말로 광어라고 부르고 있.. 2016. 6. 22. 이전 1 ··· 4 5 6 7 8 9 10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