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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다’와 ‘지니다’의 차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53] 성기지 운영위원 예전에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아내의 사진을 늘 지갑 속에 갖고 다닌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말솜씨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늘 가지고 다닌다’는 표현이 알맞은 것일까? ‘가지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무엇인가를 손이나 몸에 있게 하다.”라는 뜻과 “자기 것으로 하다.”는 뜻이 대표적으로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주운 돈을 가지다.”, “몇 십 년 만에 내 집을 가지다.”처럼 “자기 것으로 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가지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돈을 가지고 있다.”와 같이 “무엇인가를 손이나 몸에 있게 하다.”는 뜻으로 쓸 때에는 ‘지니다’는 말과 잘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지니다’는 .. 2014. 8. 28.
[이웃집 소식]조선어학회기념탑 제막식(08/29)/한글학회 올해는 1942년 10월 1일, 일제가 일으킨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수난을 겪은 지 7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시와 한글학회는 혹독한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우리말 우리글을 지켜낸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거룩한 뜻과 정신을 길이 전하고자,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을 세워 역사적인 제막 행사를 8월 29일에 엽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을 바랍니다. ○ 때: 2014년 8월 29일(금) 오후 5시 ○ 곳: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 옆) ○ 주최: 서울특별시․한글학회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 행사 내용: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제막식/세종로공원 안, 조선어학회 선열 인물 전시회/세종로공원 앞 인도 ○ 행사 문의: 한글학회 사무국(738-223.. 2014. 8. 18.
‘우리’에 대하여 [아, 그 말이 그렇구나-52] 성기지 운영위원 한국어에서 ‘우리’라는 말은 매우 독특하다. 이 말은 “우리는 하나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는 자기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여러 사람까지 동시에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이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때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편이 너희 편보다 훨씬 잘해.”라고 하면 ‘우리’라는 말에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저희’라는 겸양어로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희’는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고, .. 2014. 8. 14.
주연이와 연주에 얽힌 이치에 닿지 않는 말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4] 김영명 공동대표 내 딸 이름은 주연이다. 성은 김이다. 어렸을 때는 장난삼아 “연주야” “연주야” 하고 부르곤 했다. 또 ‘큰 궁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연주라고 부르지도 않고 큰 궁뎅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서른이 다 된 딸한테 그러기는 좀 뭣하지 않은가. 아들 이름은 수한이다. 아들 성도 김이다. 이 놈은 용 띠인데, 88년 7월 7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용팔이라고 부를까 용칠이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용팔이는 너무 한 것 같아 용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릴 적에는 곧잘 “용칠아” “용칠아” 했는데 언젠가부터 잊어먹었다. 설마 본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아내 이름은 원주다. 성은 송이다. 이 이름은 내 할아버지 이름과 같아서 시집 올 때 화제.. 2014. 8. 14.
“찻잔 속의 태풍”은 바른 말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51] 성기지 운영위원 신문 정치면이나 경제면에서 가끔 “찻잔 속의 태풍”이란 표현을 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특정한 상황에 태풍처럼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위력이 약해서 그 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경우에, 이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비유한다. 여기에서 ‘찻잔 속’이란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령, 차를 달인 물이 가득 든 찻잔에 반지가 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찻잔 속에 담긴 찻물 속에 반지가 빠졌다.”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속’과 ‘안’의 차이를 구별할 필요를 느낀다. ‘속’과 ‘안’은 뜻이 다른 말이다. 흔히 “유리컵 속에”, “밥그릇 속에” 하고 말하는데,.. 2014. 8. 14.
다시 어머니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3] 김영명 공동대표 어머니가 집을 나와 병원과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 세 해 하고도 반이 다 돼 간다. 모닥불은 다 꺼졌고 부지깽이로 재를 뒤적이면 남은 불씨가 가물거린다.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다. 1년 뒤가 될지 한 달 뒤가 될지... 상태의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나 점점 정신이 가물거려 간다. 몸은 오히려 살도 오르고, 얼굴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하니 점점 나빠져 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이리라. 파킨슨 병이 있어서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는 침대 위를 뱅뱅 돌 듯 하시더니 약을 계속 복용한 덕분인지 그런 증상은 진작 없어졌다. 처음에는 침대 밖으로 내려와서 기어 다니려고 하고, 벽장이나 찬장 위에 무엇이 있는지 자꾸 확인.. 2014. 7. 31.
호치키스와 마사무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0] 성기지 운영위원 사람이름이 마치 상품이름인 것처럼 널리 쓰이다가 그대로 굳어진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호치키스’와 ‘정종’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 ‘호치키스’라 부르는 사무용품의 본래 이름은 ‘스테이플러’이다. 이 스테이플러를 발명한 미국사람 이름이 호치키스인데, 호치키스라는 사람이름이 상품이름처럼 알려져 있는 것이다. 스테이플러도 이미 예전에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고 있다. 어떤 이들은 ‘박음쇠’라고 쓰기도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찍개’로,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는 ‘종이찍개’로 각각 순화해 놓았다. ‘정종’이라는 술의 본래 이름은 ‘청주’이다. 정종은 일본 무사 가문의 하나인 ‘마사무네(正宗)’를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2014. 7. 31.
안전하지 않은 안전사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49] 성기지 운영위원 건설 현장을 지나치다 보면 ‘안전사고 예방’이란 표지판을 보게 된다. 얼핏 들으면 안전하게 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사고가 나도 크게 나지 않고 안전하게 나는 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도 생각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문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 붙여 놓은 것이다. ‘안전사고’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안전사고란 말에서는 원래의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 그 까닭은 이 말이 처음부터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안전수칙 위반 사고’라 해야 하는 말을 그냥 ‘안전사고’로 줄여버린 데서 문제가 생겼다. 안전사고란 말을 들으면 그게 아주 위험한 사고라.. 2014. 7. 24.
누가 ‘전기세’를 걷나? [아, 그 말이 그렇구나-48] 성기지 운영위원 생활 속에서 자주 혼동되는 표현 가운데, ‘집세’나 ‘월세’, ‘전기세’ 들과 같은 말들이 있다. 남의 집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은 (전세살이가 아니면) 다달이 집세를 낸다. 다달이 내는 세이니 월세라고도 한다. 이처럼 ‘집세’나 ‘월세’, ‘사글세’에는 모두 ‘세’를 붙여 쓴다. 계약에 따라 일정한 돈을 의무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세’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기세’, ‘수도세’ 같은 말들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말들이다. 집세와는 달리, 전기나 수돗물 사용에 드는 비용은 계약에 따라 일정하게 내는 돈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기가 사용한 만큼만 내는 요금이다. 그래서 이들 경우에는 ‘세’ 대신에 ‘요금’을 붙여서, ‘전기요금.. 2014.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