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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예능에서의 언어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 권혁중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11. 26.

예능에서의 언어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권혁중 기자

gur145145@naver.com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와 오락 등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드라마, 뉴스, 교양 같은 프로그램에 비해 표현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뉴스와 같은 프로그램은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 하지만, 예능에서는 대본이 주어지기는 해도 출연자들이 즉흥적으로 유연하게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본이 없는 ‘사실(리얼리티) 예능’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예능 분야에서의 대본은 중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입담이 재미를 더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잘못된 언어표현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언어생활을 해친다는 것이다.

 방송심의규정에서는 방송언어를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방송언어는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고, 비속어, 은어 등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이는 방송언어가 언어문화를 선동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언어 습관을 시청자들은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방송언어는 위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는 물론이고 비속어와 은어, 유행어 등이 굉장히 자주 쓰이고 있다. 심지어 이를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도 있어, 예능 언어는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해치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음성 언어와 자막 언어에서 모두 나타난다.

 위 자료는 방송 중 비속어를 사용한 장면이다. 출연자가 비속어를 사용했지만 이 장면을 빼지 않고, 그림으로 출연자의 입을 가리고 자막에서 빼고 욕설을 묵음 처리하는 식으로 편집하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장면은 웃음은 유발할 수는 있지만 비속어를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서 특히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언어습관을 들이게 할 수 있다. 물론 피디의 의도는 예능으로서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시청자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역할을 한다. 

 위 자료는 예능에서 아무렇지 않게 외국어 자막을 쓴 장면이다. 빅 픽처를 ‘큰 그림’이라고 하면 되는데 영어로 사용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에서 쓰는 언어는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큰 그림이라는 말을 쓰려다가도 방송에서 본 빅 픽처가 떠올라 우리말 대신 영어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이다. 이는  외국어 남용의 한 축이 되어 단순히 언어생활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의 고유한 가치마저 떨어트릴 수 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주목적이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속어를 재밌게 편집하여 웃음을 유발하고 영어를 사용하여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이 없다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우리말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영어와 학생들 교육에 안 좋은 비속어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언어생활과 웃음 두 가지를 다 잡은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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