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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일본의 흔적 - 권혁중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11. 26.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일본의 흔적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권혁중 기자

gur145145@naver.com


 1910년, 우리나라의 통치권이 일본에 넘어가면서, 우리 민족의 삶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일본이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에 과도하게 개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말의 자유도 억압했다. 창씨개명을 강제로 시키고 교실에서는 일본어만 사용하게 하는 등 우리말 사용을 막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광복을 한 지 74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어 찌꺼기가 남아 있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인지도 모른 채 사용하는 말들이 많다. 글쓴이 또한 국어국문학을 전공함에도, 일본어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말들이 많았다. 우리말로 착각하고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로는 ‘기스’, ‘간지’, ‘시말서’, ‘도리’ 등이 있다.


‘기스’는 ‘흠’으로

 ‘기스’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단어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기사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인데, 이는 ‘어떤 물건이 이지러지거나, 깨어지거나, 상한 자국’을 뜻하며 우리말로 ‘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휴대전화에 기스났어’와 같은 형태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일본어 ‘きず’에서 온 말로 상처, 흠 등을 뜻한다.


‘너 정말 간지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간지’는 일본어의 잔재이다. 일본어의 형태로는 ‘感じ’로 ‘느낌’의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멋지고 좋은 느낌이나 분위기’를 뜻하며, 간단히 ‘멋’으로 순화할 수 있다.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써왔던 나 자신이 정말 ‘멋’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말서’

 우리가 자주 쓰면 있는 ‘시말서’ 또한 일본어의 잔재이다. 이는 ‘어떤 일의 자초지종, 형편’을 뜻하는 일본어 시마즈(しまっ)에서 나온 말이다. ‘본인의 과실로 인해 분쟁이 있었거나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친 경우, 그 과실을 사죄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하는 문서’라는 뜻이다. 이 시말서는 ‘경위서’로 순화할 수 있다. 물론 두 단어의 정의가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그냥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말서가 일본어의 잔재라는 것 외에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쓰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좋다.


‘도리’

 마지막으로 ‘도리’이다. 이는 ‘닭도리탕’에서 쓰는 ‘도리’인데, ‘닭, 닭고기’를 뜻하는 일본어 ‘とり’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으로 순화하여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닭도리탕이 더 익숙한 건 사실이다. 무의식중에 닭볶음탕보다 닭도리탕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본어의 잔재가 우리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우리말이었다고 일부의 의견이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무심코 썼던 일본어들을 알아봤다. 그동안 국어국문학 강의실에서조차도 일본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왔다. 따라서 사람들의 일본어 잔재를 무의식중에 사용하지 않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책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었음을 한 자료를 보고 알게 됐다.

이 자료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 팀이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의 결과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다행히 과반수가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약 41%의 대학생들은 일본어 사용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 일본어 사용에 경각심을 느끼고 경계할 때 비로소 일본의 잔재는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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