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57 하정우 수석, 빵 터졌네.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하정우 수석, 빵 터졌네. 오늘 아침 비바람 속에 사무실로 등기 우편 하나가 배달되었다. 8월 26일에 대통령실 하정우 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에게 공문을 보내 ‘AI’ 대신 ‘인공지능’으로 사용해달라 부탁했었는데, 그 답변이었다. 대통령실은 그 아래 정부부처와 달리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낼 수가 없어서 문서를 인쇄하여 직접 찾아가서 내야 한다. 그런 만큼 답변도 우편물로 온 것이다. 성실하게 답변해 준 것이 반가웠다. 그런데 막판에 빵 터졌다. 내가 민원 낼 때 핵심은 이랬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속 인공지능이라고 용어를 사용하니 하정우 수석도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달라, 특히 명함과 자기 소개에서도 그 말을 쓰고 ‘국가에이아이전략위원회’ 구성한다고 한 것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로 발표해달라, 그.. 2025. 9. 17. 동 이름을 외국어로 짓겠다는 부산 강서구청 - 한글문화연대 대표 이건범 신도시 조성지구 '에코델타동' 작명 추진이유 물어보니 "전국 처음 해보고 싶어서"부산시 강서구청에서 신도시 조성 지구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이라는 국적 불명의 외국어로 지으려 한다. 강서구의회에서 반대했지만 구청은 이를 강행하여, 현재 검토 승인 요청이 부산시청 자치분권과를 거쳐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지원과에 가 있다.2023년 12월 8일에 한글문화연대와 한글학회를 비롯해 75개 국어단체가 반대 의견을 밝혔음에도 12월 26일에 강서구 지명위원회에서는 ‘에코델타동’으로 새로운 법정동 이름을 결정하였다. 이에 대해 2024년 1월 12일 강서구의회에서 법정동 이름을 외국어로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강서구청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어단체들이 3월 8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2024. 4. 24. 장년, 중년과 노년 사이 - 2024.01.19. 장년. 중년과 노년 사이 한글문화연대 대표 이건범 꽤 오래전에 국어사전에서 단어 뜻을 찾아보고는 깜짝 놀란 말이 있었다. 바로 ‘장년’이다. 주로 ‘중장년’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므로, 대략의 나이 구분에서 청년 다음에 중년, 중년 다음에 장년, 장년 다음에 노년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오매, 장년의 뜻이 중년과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청장년이라는 말도 썼나 보다. 국어사전에 중년(中年)은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당시엔 50대도 노년 축에 끼었나 보다. 한자로 ‘壯年’이라고 쓰는 장년은 “사람의 일생 중에서,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 2024. 1. 19. 연방준비제도 대신 ‘연방준비은행’, 어떤가요? “파월 연준 의장 “금리 인상 속도, 다시 올릴 준비 돼 있다”(제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략) 파월 총재는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것은...(후략)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다. 기사 제목에 나오는 ‘연준’은 대부분 독자들이 알고 있는 약칭이다. 흔히 ‘연방준비제도’라고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 ‘Federal Reserve System(Fed)’를 줄인 말이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에 ‘의장’이 있다니? 제목만 보면 언뜻 이해할 수 없다. 기사 본문 첫 줄에서야 여기서 말하는 의장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대목에서는 이 ‘의장.. 2023. 12. 26. 차별어 못지 않은 구조적 언어 차별 얼마 전 장애인 권리 예산의 확보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지지발언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말이 꼬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라고 해야 할 걸 “장애인과 비정상인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라고 한 것이다. ‘비장애인’이라고 해야할 걸 ‘비정상인’이라고 했으니, 시각장애인인 나조차 아직도 ‘장애인-비장애인’이라는 낱말짝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보다. 그럼에도 이제 제법 많은 사람에게 ‘장애인-비장애인’이라는 낱말짝이 자리를 잡아간다. 장애인 외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비장애인으로 일컫자는 의견이다. 그전에는 ‘장애인-정상인’이라는 낱말짝이 자주 쓰였는데, 그런 구도라면 장애인은 ‘비정상인’이냐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세상을 장애가 없는 사람의 기준에서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태도가 장.. 2023. 5. 26.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 나서서 줄임말을 만든다고? 올 3월 10일에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등이 뜻을 모아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을 꾸렸다. 국립국어원도 협의에 참여한다. 각 단체에서 추천한 연구위원들이 모여 4월 7일에 첫 회의를 열어 운영 방안을 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를 영문 이름 약칭인 ‘오이시디(OECD)’로 쓰는 일이 많은데, 이 대신 ‘경협기구’와 같이 우리말로 줄인 이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게 잘 먹힐 일인지, 아니면 욕 먹을 일인지 모르겠다. 무수한 줄임말 신조어 때문에 정신 사나워서 줄임말이라면 손사래치는 분이 많은데, 나서서 줄임말을 만들겠다니 말이다. 줄임말 문화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그 말뜻을 바로 알아채기 어려운 상태에서 대화가 진행되다 보니 우선 소통이 어렵고 그 다음엔.. 2023. 5. 26. 입장과 주장, 입장과 처지 ‘입장(立場)’은 일본 한자어라고 해서 쓰지 말아햐 할 말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여러 선생님의 글이나 책에서 읽었고, 어릴 적에 일본어 공부할 때 이 단어가 나오는 걸 보면서 아, 이 말이 일본어에서 온 거구나 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 한자어 가운데 거의 80% 넘게는 일본 한자어일 것이다. 그런 말 가운데 우리 토박이말이 있거나 우리 한자어가 있다면 그런 말을 쓰자는 게 국어운동 쪽의 오래된 전통인데, 나도 그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처지’라는 말로 ‘입장’ 대신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입장’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뜻이 풀이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이라고 풀이된 ‘처지’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으리라. 그.. 2023. 1. 20. 배리어프리에 블라인드 하나 몇 년 전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람들과 전화로 옥신각신한 적이 있다. 그 기관에서 연행사 제목이 ‘배리어프리 플레이 그라운드’였던가 그랬다. 우연히 이 광고문을 보았는데, 솔직히 나로선 무슨 뜻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의미를 물어본 뒤 꼭 이렇게 영어로 행사 이름을 지어야했냐고 따졌다. 실무 담당자는 자신이 정한 이름이 아닌지라 난감해하는 목소리였다. 곧 이 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런 외국어 남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왜 그렇게 사용했는지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어떻게든 자기네의 용어 사용에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변명뿐이었다. 시각장애인인 내가 작성했던 다소 격앙된 전체 질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는 2019년 10월 25~26일에 .. 2022. 10. 26. 영어상용도시 부산의 한글날 한국어 단일 언어에 익히기 쉬운 글자 한글을 사용하다 보니 편하게 사는 걸 모르고 허황된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 여러모로 억울하다는 열패감에 빠져 어떻게든 영어로 사회 발전의 길을 터보겠다는 야심을 지닌 자들이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다민족 다언어 사회와 비교해 우리의 말글살이가 얼마나 행복한 환경인지 모르고 그저 눈에 보이는 ‘경쟁력’ 논리만으로 모든 것을 재려 한다. 1990년대 말에 영어를 공용어로 정하자는 주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만들어 ‘글로벌 허브 도시’로 우뚝 세우겠다고 한다. 영어가 경쟁력이라는 발상인데, 그러면 지금까지 한국은 어떤 경쟁력으로 여기까지 왔단 말일까? ‘상용’이란 ‘일.. 2022. 10. 13.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