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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2588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 성기지 운영위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 2013. 12. 12.
말하는 기술 [우리 나라 좋은 나라-13] 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에 신문 기사를 보니 청룡 열차를 같이 타고 난 뒤에 사랑 고백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재난에서 같이 살아남은 남녀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보통 때보다 더 높다고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가 쉽사리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이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상 상황들은 성격상 오래 지속되지 않아 정상 상태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감정도 평상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러니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들이여, 그대들의 연애가 오래 못 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이를 보면 상황이라는 요인이 사람들 삶과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2013. 12. 12.
[알림]이건범 대표, 한국어문상-말글사랑부문 수상 축하합니다! 이건범 상임대표, 제25회 한국어문상 말글사랑 부문 수상! 어제 열린 제25회 한국어문상 시상식에서 우리 단체 이건범 대표가 한국어문상(말글사랑부문)을 탔습니다. 아쉽게 이건범 대표가 사정이 있어 정인환 운영위원이 갈음하여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어문상은 신문사 어문기자와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모여 활동하는 단체인 한국어문기자협회가 1989년 한국어 발전에 기여한 언론 종사자 및 어문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만든 상입니다. ■ 이건범 상임대표 수상소감 ○ 언어도 인권이라는 생각으로 기쁘다.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으로 시작하여 이제 만 13년 넘게 우리말글 시민운동을 펼쳐온 셈이다. 처음엔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모인 사람들이 좋아서 동아리 활.. 2013. 12. 12.
[알림](12/13)세종학 학술대회-세종시대 과학 문화의 재조명 ㅁ 발표 • 세종시대의 천문 기상학: 나일성(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세종시대 편찬 칠정산 내편과 칠정산 외편: 한영호(건국대학교 교수) • 세종시대 신기전과 신기전의 체험 교육안 모색: 정호완(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세종시대 훈민정음 관련 문헌의(국어학적) 재조명: 정우영(동국대학교 교수) • 향약제생집성방과 조선 초기의 의약: 이경록(한독박물관 관장) • 한문문헌 언해와 현대화 고전 국역 사업: 박종국(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ㅁ 종합 토론 • 김성수(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 교수) • 임채우(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 김슬옹(한글학회 연구위원) 2013. 12. 12.
[알림](12/18)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출범식에 모십니다.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출범식]에 모십니다. 언제? 2013년 12월 18일(수) 오전 10시 어디에서? 국립국악원 예악당 우리 주변의 언어생활을 살펴보면 비속어와 막말이 난무하고 청소년들은 욕설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등 말로 서로를 아르게 하고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23년 만에 한글날이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아 언어문화개선에 앞장서려고 합니다. '공공언어, 방송/인터넷 언어, 청소년 언어' 각 분야에서 아름답고 도운 우리말의 힘을 일깨우고 따뜻한 말과 글로 서로 마음의 체온을 나누기 위해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을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생활 속 말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범국민연합 출범식'에 자리를 함께하셔서 우리 말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문화융성의 토대인 .. 2013. 12. 9.
함량 미달 대통령들 [우리 나라 좋은 나라-12] 김영명 공동대표 1987년 민주화가 된 이후 우리 민주주의는 그런 대로 착실히 전진해 왔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들을 보니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인권 같은 것들이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문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인 것 같다. 무슨 말인고 하니, 민주주의는 후퇴한다고 해도 그냥저냥 되고 있는데, 도무지 정치다운 정치가 없다는 말이다. 노무현 때부터 시작해 보자. 이른바 3김 씨가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니 지역에 바탕을 둔 일인 보스 패거리 정치가 사라지는가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메꾼 것은 법과 제도에 기반한 착실한 민주 정치가 아니라 권위.. 2013. 12. 5.
시계를 흔드는 남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1]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계를 흔드는 일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 전에 하는 일이 있기는 있다. 물을 마시는 일이다. 자리끼를 머리맡에 두고 자다 일어나서 그 물을 먼저 마신다. 그리고 거실 문갑 위에 놓아둔 손목시계를 들고 흔든다. 결혼할 때 예물로 명품 시계를 받았다. 누구나 아는, 예물로 흔히 오고 가는 시계다. 상당히 비싼 시계였지만, 젊을 때는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홀랑 잃어버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운동하러 나가서 거기에 두고 온 것이다. 운동할 때는 연구실에 벗어두고 가곤 하였는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벗어두고 그냥 와버린 말을 하니 떠오르는 바보 같은 짓이 있다. 몇.. 2013. 12. 5.
'사리'와 '개비'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 성기지 운영위원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 2013. 12. 5.
언니와 아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 2013.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