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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지169

“찻잔 속의 태풍”은 바른 말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51] 성기지 운영위원 신문 정치면이나 경제면에서 가끔 “찻잔 속의 태풍”이란 표현을 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특정한 상황에 태풍처럼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위력이 약해서 그 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경우에, 이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비유한다. 여기에서 ‘찻잔 속’이란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령, 차를 달인 물이 가득 든 찻잔에 반지가 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찻잔 속에 담긴 찻물 속에 반지가 빠졌다.”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속’과 ‘안’의 차이를 구별할 필요를 느낀다. ‘속’과 ‘안’은 뜻이 다른 말이다. 흔히 “유리컵 속에”, “밥그릇 속에” 하고 말하는데,.. 2014. 8. 14.
호치키스와 마사무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0] 성기지 운영위원 사람이름이 마치 상품이름인 것처럼 널리 쓰이다가 그대로 굳어진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호치키스’와 ‘정종’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 ‘호치키스’라 부르는 사무용품의 본래 이름은 ‘스테이플러’이다. 이 스테이플러를 발명한 미국사람 이름이 호치키스인데, 호치키스라는 사람이름이 상품이름처럼 알려져 있는 것이다. 스테이플러도 이미 예전에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고 있다. 어떤 이들은 ‘박음쇠’라고 쓰기도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찍개’로,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는 ‘종이찍개’로 각각 순화해 놓았다. ‘정종’이라는 술의 본래 이름은 ‘청주’이다. 정종은 일본 무사 가문의 하나인 ‘마사무네(正宗)’를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2014. 7. 31.
안전하지 않은 안전사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49] 성기지 운영위원 건설 현장을 지나치다 보면 ‘안전사고 예방’이란 표지판을 보게 된다. 얼핏 들으면 안전하게 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사고가 나도 크게 나지 않고 안전하게 나는 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도 생각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문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으로 붙여 놓은 것이다. ‘안전사고’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안전사고란 말에서는 원래의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 그 까닭은 이 말이 처음부터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안전수칙 위반 사고’라 해야 하는 말을 그냥 ‘안전사고’로 줄여버린 데서 문제가 생겼다. 안전사고란 말을 들으면 그게 아주 위험한 사고라.. 2014. 7. 24.
누가 ‘전기세’를 걷나? [아, 그 말이 그렇구나-48] 성기지 운영위원 생활 속에서 자주 혼동되는 표현 가운데, ‘집세’나 ‘월세’, ‘전기세’ 들과 같은 말들이 있다. 남의 집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은 (전세살이가 아니면) 다달이 집세를 낸다. 다달이 내는 세이니 월세라고도 한다. 이처럼 ‘집세’나 ‘월세’, ‘사글세’에는 모두 ‘세’를 붙여 쓴다. 계약에 따라 일정한 돈을 의무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세’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기세’, ‘수도세’ 같은 말들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말들이다. 집세와는 달리, 전기나 수돗물 사용에 드는 비용은 계약에 따라 일정하게 내는 돈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기가 사용한 만큼만 내는 요금이다. 그래서 이들 경우에는 ‘세’ 대신에 ‘요금’을 붙여서, ‘전기요금.. 2014. 7. 18.
뒷산 자드락에 밭을 일구며 [아, 그 말이 그렇구나-4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민족은 산을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산과 관련된 우리말 또한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산에 관하여 흔히 알고 있는 낱말들이, ‘산기슭, 산마루, 산비탈, 산모퉁이, 산모롱이, 산등성이, 산자락’ 같은 말들이다. 이 가운데 ‘산기슭’이나 ‘산비탈’, ‘산등성이’는 대부분 어느 부분인지 잘 알고 있지만, ‘산모퉁이’와 ‘산모롱이’, ‘산마루’, ‘산자락’들은 정확하게 어느 곳을 말하는지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산의 아랫부분을 ‘산기슭’이라 하는데, 이 산기슭의 쑥 내민 귀퉁이를 두고 바로 ‘산모퉁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산모퉁이를 휘어져 돌아가는 부분은 ‘산모롱이’로 부른다. 보통 산기슭은 나지막하게 펼쳐져 있는데, 이 산기슭.. 2014. 7. 10.
모밀국수 사리 주세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46] 성기지 운영위원 더운 날씨에 많이 찾게 되는 음식 가운데, ‘모밀국수’라 불리는 국수가 있다. 대나무 발에 받친 면을 살얼음 동동 띄운 육수에 담갔다 먹는 그 시원한 맛! 그러나 ‘모밀국수’는 ‘메밀국수’라고 해야 맞다. ‘모밀’과 ‘메밀’은 모두 우리말로서, 이 가운데 ‘메밀’이 오늘날 표준말로 정착하였고, 주로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쓰이던 ‘모밀’은 방언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모밀묵이나 모밀떡 들과 같은 말들도 모두 메밀묵, 메밀떡으로 써야 한다. 면을 더 주문할 때, “사리 좀 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사리’는 국수를 동그랗게 감아놓은 뭉치를 세는 단위이지, 국수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밥 한 그릇, 두 그릇 하.. 2014. 7. 3.
땅을 쳐다보며 걸을 수 있을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45] 성기지 운영위원 허술한 재난 관리 체계로 수백의 꽃다운 생명이 눈앞에서 허무하게 스러져 가고, 동부전선에선 아군의 총부리가 동료들을 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총리 후보 지명자가 또 한번 여론의 몰매를 맞고 물러나,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까지도 총리를 못 구하는 기막힌 일을 당하고 있다. 이 모든 시름을 잠깐 잊게 해주리라 기대했던 태극 전사들도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였다. 길고 깊은 불황의 그늘에서 희망을 보기 힘들었던 서민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친구가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것을 보고, “무슨 고민이 있기에 땅만 쳐다보며 걷니?”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얼른 들어서는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쳐다.. 2014. 6. 25.
노랫말의 반칙 [아, 그 말이 그렇구나-44] 성기지 운영위원 가수 전영록 님이 부른 란 노래는, “꿈으로 가득 찬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고 시작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설레이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설레다’가 표준말이다. 이 노랫말의 ‘설레이는’은 ‘설레는’으로 고쳐야 하고, ‘쓸려거든’은 ‘쓰려거든’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설레임’이란 얼음과자가 있는데, 이 제품 이름도 ‘설렘’으로 고쳐야 맞는 표현이 된다. 설운도 님의 에 들어있는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라는 노랫말도 ‘설레는’을 ‘설레이는’으로 잘못 쓴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이때에도 ‘목메이게’가 아니라 ‘목메게’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서정주 시인의 작품 도 가수 송창식 님이 대중가요로 만들어 널리 불리.. 2014. 6. 19.
하룻강아지 [아, 그 말이 그렇구나-43]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사회적 경험이 적고 자신의 얕은 지식만을 가지고 덤벼드는 사람을 가리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한다. 이 속담에는 ‘하룻강아지’가 등장하는데, 언뜻 보면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속담이라도 그렇지, 갓 태어나서 눈도 못 뜨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강아지가 범에게 덤빌 리는 만무하다. 이 ‘하룻강아지’의 ‘하룻’은 날짜를 헤아리는 그 ‘하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소나 말, 개 등과 같은 가축의 나이를 ‘하릅, 이듭, 사릅, 나릅, 다습, 여습’ 들처럼 세었다. 이때의 ‘하릅’은 한 살을 뜻하므로, 한 살 먹은 개를 ‘하릅강아지’라 하였고, 이 말이 오늘날 ‘하룻강아지’로 .. 2014.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