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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지169

돈! 돈! 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 성기지 운영위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서민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돈 가운데 가장 큰돈이 오만 원짜리인데, ‘오만’이라는 숫자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주 큰 것을 가리킬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래서 ‘매우 많은 수량’을 뜻하는 ‘오만’이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 뜻이다. 또, 수다스럽게 수없이 떠드는 소리를 ‘오만소리’라고도 한다. 이 ‘오만’을 순 우리말로 바꾸면 ‘닷골’이 된다. ‘닷’은 ‘다섯’의 준말이고, ‘골’은 ‘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골백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골’은 ‘만’이기 때문에, ‘골백번’이라고 .. 2014. 1. 9.
하루를 어떻게 나누어 부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 성기지 운영위원 갑오년 새해가 큰 추위 없이 환하게 밝았다. 이맘때가 한 해의 첫머리라면, 하루의 첫머리는 새벽이다. ‘새벽’은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새벽을 또 나누어, 아주 이른 새벽은 ‘꼭두새벽’이라 하고, 아직 어스레한 새벽은 ‘어둑새벽’이나 ‘어슴새벽’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정이 지나 아침이 되기 전까지를 그냥 새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새벽 1시’, ‘새벽 2시’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합리적인 표현이라 볼 수 없다. 이때는 ‘낮 1시, 낮 2시’와 대비하여 ‘밤 1시, 밤 2시’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오전 1시는 아무래도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하루.. 2014. 1. 3.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 2013. 12. 19.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 성기지 운영위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 2013. 12. 12.
'사리'와 '개비'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 성기지 운영위원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 2013. 12. 5.
언니와 아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 2013. 12. 5.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 성기지 운영위원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 2013. 11. 21.
잠에 관한 우리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6] 성기지 운영위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 2013. 11. 14.
11월 첫째 주 목요일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3] 성기지 운영위원 날씨가 추워졌다. 어느덧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한 해 동안 소원했던 벗들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떤 만남이나 모이는 날을 약속할 때에 우리는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말을 흔히 쓰게 된다. 11월 달력을 펴보자. 금요일부터 1일이 시작된다. 자연히 8일은 '둘째 주 금요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째 주 목요일'은 7일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첫째 주' 목요일의 바로 다음날이 '둘째 주'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11월의 경우, 1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첫째 주' 목요일은 오지도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7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 주중에서 시작될 때, 그 주도 그 달의 한 주로 보느냐.. 2013.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