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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92

시계를 흔드는 남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1]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계를 흔드는 일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 전에 하는 일이 있기는 있다. 물을 마시는 일이다. 자리끼를 머리맡에 두고 자다 일어나서 그 물을 먼저 마신다. 그리고 거실 문갑 위에 놓아둔 손목시계를 들고 흔든다. 결혼할 때 예물로 명품 시계를 받았다. 누구나 아는, 예물로 흔히 오고 가는 시계다. 상당히 비싼 시계였지만, 젊을 때는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홀랑 잃어버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운동하러 나가서 거기에 두고 온 것이다. 운동할 때는 연구실에 벗어두고 가곤 하였는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벗어두고 그냥 와버린 말을 하니 떠오르는 바보 같은 짓이 있다. 몇.. 2013. 12. 5.
김종영 미술관, 금보성 아트 센터 [우리 나라 좋은 나라-10] 김영명 공동대표 한두 달 전에 시내 어느 곳에서 고갱 전을 한다기에 아내와 함께 보러갔다. 아니 보러가기 위해 나섰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을지로 3가에 이르니 길이 막혀 차가 아예 움직이지 못했다. 토요일 저녁 무렵이어서 막힐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다 하다 못해 불법 유턴을 하여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나선 길이니 저녁이나 먹자 하여 근처의 냉면 집으로 갔다. 이름 하여 오장동 냉면이다. 젊었을 적부터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근처를 왔다 갔다 한 적은 많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비빔냉면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빈대떡 이런 건 없고 그냥 냉면만 판다는 점이었다. 그것 하나로 수십 년 동안 승부를 걸어 왔으니 대단하긴 대단하였다. 맛이.. 2013. 11. 21.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들은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 세상 여러 나라 사람들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중하위를 맴돌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들은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거나 아니면 바누아투, 부탄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북유럽 선진국들에서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인구 밀도가 낮아 사람들의 부대낌이 덜하고 민주주의가 잘 시행된다. 바누아투, 부탄 같은 나라들은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고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별로 없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그런데 바누아투, 부탄은 발음이 비슷하네. 우리도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부투민국으로 바꾸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려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 2013. 11. 14.
용돈 좀 줘! [우리 나라 좋은 나라-8] 김영명 공동대표 어느 날 아내에게 용돈 좀 달라고 말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바치고 쥐꼬리 용돈이나 얻어 쓰는 졸장부가 아니다. 그런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지만, 그들은 그런 형편에 따라 그런 것이라 이해하고 업신여기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내가 잘 난 척을 좀 하고 싶어서 졸장부 운운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말을 조금 빗나가게 하자. 뉴스에는 심심찮게 세계 각국의 여성 지위 순위가 발표된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언제나 꼴찌 수준이다. 한국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남자들이여, 아니 여자들도 들어라, 정말로 한국 여자들의 지위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면 .. 2013. 11. 7.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7]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그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요양원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는 2년이 넘어 3년이 되어 간다. 어느 날 부모님과 가장 가까이 살면서 자주 챙겨주던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셔서 병원으로 옮겼어.” 그때 이후 어머니는 집으로 못 돌아가셨다. 한 해쯤 지나서 그 집은 팔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 전부터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가면 옛날 사진들을 꺼내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고, 옷을 몸에 맞춘다고 기장을 잘라 못 입게 만들고, 베란다에서 키우던 동백꽃 꽃잎을 하나하나 따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짓을 한다고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하셨고, 자식들도 별다른.. 2013. 10. 31.
염통 전문의와 알몸 크로키 [우리 나라 좋은 나라-6] 김영명 공동대표 고기 파는 음식점 가운데에는 소나 돼지의 각종 부위들을 파는 곳이 있다. 폐, 심장 이런 것들을 판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그런 부위들은 잘 못 먹는다. 그래도 음식은 별로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몇 년 전에 운동하다 갑자기 죽은 코미디언 김형곤은 맛집 찾아 두세 시간씩 다니는 짓이 제일 바보 같다면서 “다 맛있지 않냐?”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도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는 않는다. 맛없어도 잘 먹는 편이다(마누라여, 복 받을진저!). 맛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아무리 둘이 먹다 하나 죽을 듯이 맛있어도 사람들 버글거리는 데서 한 시간 기다려 부딪혀가며 주문하느라 소리 질러가며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것.. 2013. 10. 25.
조르바 영감 [우리 나라 좋은 나라-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소설을 읽기는 읽지만 그렇게 탐독하는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소설들이 가끔 있기도 하지만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여러 번 읽고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는 소설 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다. 종교 경전도 아닌 걸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다니, 아마 무언가 통하고 마음에 드는 점이 있는 가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서술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그냥 조르바 영감의 어록을 한 번 적어 보련다. 지난 토요일 밤에 공연히 한 번 그래 보고 싶어서 그날 시찰 나온 우두머리를 붙잡아 팼지 뭡니까?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 2013. 10. 24.
유치함에 대하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4] 김영명 공동대표 세상에는 참 유치한 것들이 많다. 고상하게 살고 싶어도 때로는 유치해지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고상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도 고상함이 때로는 지루함이기도 하다. 유치함은 유치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유치한 것은 그냥 유치해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 유치함이 삶에 활력을 주고 흥을 돋우기도 한다. 유치함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알짜 그냥 유치함과 활력 유치함의 두 가지 말이다. 그런데 이 두 유치함을 언제나 잘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치함이란 말 그대로는 어린 애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의 학예회를 보고 유치하다고 하지 않는다. 젖 달라고 징징대는 아기더러 너 왜 그렇게 유치하냐고 나.. 2013. 9. 29.
퓨전이라고 하는 것 [우리 나라 좋은 나라-3] 김영명 공동대표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다. 한 20년 이상 되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학술·과학 용어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앞의 것에 대해서는 말할 능력이 없으니 뒤의 것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퓨전은 혼합, 혼종, 섞임이라는 뜻이다. 더 전문 용어(?)로는 짬뽕이다. 이것저것이 섞였다는 말인데, 일상생활과 일상 문화의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국악과 양악의 섞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섞임, 한식과 양식의 섞임, 한옥과 양옥의 섞임 등등이다. 이런 퓨전이 음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주거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섞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어떻게 보면 세상에 안 섞인 .. 2013.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