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92

매춘과 정자 제공 [우리 나라 좋은 나라-20] 김영명 공동대표 두어 해 전인가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어떤 남자가 여자와 헤어지면서 여자의 요구로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고, 앞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그리하여 태어난 아기를 남자의 친자로 인정하고 양육비 제공을 의무 지웠다고 한다. ‘웃기는 남녀로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자든 난자든 남에게 제공하여 생명을 탄생케 하는 것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나? 특히 정자 은행을 통한 무작위의 제공 말이다. 그러면 정자를 준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자기 자식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꼴에 처하게 되는데, 그래도 되는 것일까? 특히 정자 제공이나 난자 제공에는 돈이 따르게 될텐데, 이는 .. 2014. 1. 29.
흥부와 놀부 [우리 나라 좋은 나라-1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으로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모가 아무리 한국인과 비슷하고 제 아무리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면 금방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탄로 날 것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착한 흥부와 악한 놀부를 대비하여 “착하게 살자”고 강조하는 권선징악의 교훈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표준적인 해석에 반발하여 오히려 놀부를 추켜세우고 흥부를 깎아내리는 경향도 있다. 흥부는 무능하기만 하니 오히려 생활력이 강한 놀부를 본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놀부 보쌈’ 등등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우리의 전래 동화들은 착함과 선함을 강조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효를 중시한다. .. 2014. 1. 23.
봄날은 간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18] 김영명 공동대표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거실을 몇 바퀴씩 돌 때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주로 흘러간 옛 노래가 많지만 때로는 곡에도 없는 가락을 내 맘대로 흥얼거리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돌면서 “엄마 노래 하나 해 줄까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조그맣게 노래 하나를 읊조렸다. 크게 하면 ‘웬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할까봐 남들이 안 듣게 조그맣게 한다. 다 하고 “나 노래 잘 하지?” 했더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 예전에 내가 학생일 때 어머니가 방 청소를 하면서 흥얼거리던 노래가 생각난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였다. 어머니는 노래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때 내가 국민학생이었는지 중.. 2014. 1. 16.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1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다시 말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여 지도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단체이든 셋 이상의 (다섯 이상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기 독단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뜻을 모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진하여 앞장서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단체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라 단위가 되면 정말로 중요해진다. 물론 사회 제도나 정치 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조금은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요하다. 한국처럼 아직도 정치 제도나 경제.. 2014. 1. 9.
새해의 다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6] 김영명 공동대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또 한 해가 밝았다. 헌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늘 그랬듯이 별다른 감흥은 없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이 되던 세밑에는 기분이 좀 묘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유학생 친구 집에 모여 술을 퍼 마셨다. 기분이 묘하지 않았더라도 술은 퍼 마셨겠지만… 그 뒤로는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별로 묘한 기분은 없다. 스물일곱이 되는 아들 녀석이 헌 해의 마지막 날에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카톡을 보냈더군. 내 대답은 “다 그러니 일찍 들어오기나 해!”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통행금지가 없는 날이라 그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지금 내 아들은 훨씬 더 진하게 같은 짓을 한다. 통금은 .. 2014. 1. 2.
외할머니 [우리 나라 좋은 나라-1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20대에 소녀 과부가 되셨다. 당시 진주 강씨 양반집에 시집 가셨으나 어머니와 이모를 본 뒤 외할아버지가 한창 청춘의 나이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모도 어려서 죽어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결혼한 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사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는 나를 무척 편애하셨다. 귀엽다고 내 엉덩이를 두드리기가 예사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살짝 뒤켠으로 데려가 동전 한 닢을 쥐어주시기도 하였다. 나를 끔찍이도 사랑한 반면 막내인 내 여동생은 무척 구박하셨다. 하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동생이 책상 앞에서 책을 읽는데, " … 달구지가.. 2013. 12. 26.
남자와 여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4] 김영명 공동대표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매우 비전문가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쓴 글들을 주워 읽고 사이비 전문가가 하는 얘기들을 주워듣고 그 중 기억나는 것들에다 내 짐작이나 추측 등을 가미한 것이므로, 아주 맹탕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아주 초보적인 얘기들일지 모르나, 이마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얘기해 보도록 한다. 남자와 여자는 매우 다르다. 사람인 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다르다는 과장된 말도 듣는다. 1970년대 미국의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의 ‘여성스러움’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우위 구조에서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런 주장들이 그 뒤의 진화 생물학 발전으로 상당히 위축되었다. 물론 그런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겠지. 일전.. 2013. 12. 19.
말하는 기술 [우리 나라 좋은 나라-13] 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에 신문 기사를 보니 청룡 열차를 같이 타고 난 뒤에 사랑 고백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재난에서 같이 살아남은 남녀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보통 때보다 더 높다고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가 쉽사리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이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상 상황들은 성격상 오래 지속되지 않아 정상 상태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감정도 평상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러니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들이여, 그대들의 연애가 오래 못 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이를 보면 상황이라는 요인이 사람들 삶과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2013. 12. 12.
함량 미달 대통령들 [우리 나라 좋은 나라-12] 김영명 공동대표 1987년 민주화가 된 이후 우리 민주주의는 그런 대로 착실히 전진해 왔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들을 보니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인권 같은 것들이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문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인 것 같다. 무슨 말인고 하니, 민주주의는 후퇴한다고 해도 그냥저냥 되고 있는데, 도무지 정치다운 정치가 없다는 말이다. 노무현 때부터 시작해 보자. 이른바 3김 씨가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니 지역에 바탕을 둔 일인 보스 패거리 정치가 사라지는가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메꾼 것은 법과 제도에 기반한 착실한 민주 정치가 아니라 권위.. 2013.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