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92 나도 교수인데... [우리 나라 좋은 나라-38] 김영명 공동대표 요새 교수들이 이런저런 고위직 후보자로 추천되어 국회 청문회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하나 같이 다 문제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번 건뿐 아니라 언제나 이들은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중복 게재,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 의혹, 세금 탈루 등등 수많은 문제들을 보인다. 나도 교수인데 왜 내게는 장관직 제의가 오지 않을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들었다. 당신은 위와 같은 업적(!)이 없기 때문에 장관 후보에 오를 수 없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위의 것들 중에서 한두 개는 했어야 하는데... 돈 없어서 못하고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하고... 내가 인생을 헛살았던가? 그런데 이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한 가지 .. 2014. 6. 26. 나는 4.19와 4.26을 이렇게 지냈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37] 김영명 공동대표 * 아래 글은 1960년 4.19 당시 열여덟 살이던 한 여학생이 쓴 일기이다. 대한민국 사료집을 훑어보다 눈에 띄어 흥미로워서 여기 옮긴다. 맞춤법 틀린 것은 그대로 두었고 띄어쓰기는 조금 수정하였다. 원래 문단 나누기가 없었으나 읽기 편하게 나누었다. 어제께(18일) 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로부터 오늘 고대 학생들이 데모를 하였다고 하길래 나는 마음에 있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어머? 그래? 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내가 왜 집에 있었던가 하는 것이 후회가 되었다. 나도 나가서 데모를 할 걸...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때는 이미 지나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인 고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은 항상 지나가는 고로 .. 2014. 6. 19. 가볍게 살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36] 김영명 공동대표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유행한 적이 있다.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자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집착과 욕망에 있다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유에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이와 비슷하나 좀 다른 말로 나는 ‘가볍게 살기’를 제안한다. 사람들 중에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뭔가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안 부족한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런 사람들은 유독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몸에 힘을 준다. 운동을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잘 안 된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툴다는 뜻.. 2014. 6. 13. 사악과 야만 [우리 나라 좋은 나라-35] 김영명 공동대표 2014년 5월 29일 18쪽에 흥미로운 기사 두 개가 실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흥미롭지 않겠지만, 나같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흥미롭지 않은 기사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기사 두 개였다. 제목이 각각 “‘더 이상 총질은 안 돼’ 미 울린 아버지의 절규”와 “대낮 법원 앞에서... 파키스탄 임산부의 비극”이었다. 둘 다 사람 죽은 이야기다. 먼저 것은 미국에서 심심하면 일어나는 묻지 마 총질에 관한 기사이고, 뒤의 것은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가족 남자들이 신부를 죽인 기사다. 어느 것이 더 끔찍한가? 물론 뒤의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앞의 것은 여자들이 자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아무 상관 없는 6명을 죽인 무차별 살인이고,.. 2014. 6. 5. 사랑의 정치 [우리 나라 좋은 나라-34] 김영명 공동대표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충고하기를 도덕이나 윤리를 생각하지 말고 군주와 국가의 권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이를 위해 때로는 무자비한 행동도 서슴지 말 것을 충고했다. 이런 그의 정치관은 이른바 현실주의 정치관으로, 이후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기독교 윤리가 지배하던 당시 유럽에서 종교의 지배를 벗어난 근대적 세속 정치관을 처음으로 펼쳤다는 점에서 이는 혁명적이었다. 서양에서는 말이다. 이런 서양 사람들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한국 사람들도 마키아벨리를 칭송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동양에서는 마키아벨리가 탄생하기 1800년 전, 그리고 1700년 전에 이미 상앙과 한비자가 같은 정치관을 전개한 바 있다. 그들의 이론.. 2014. 5. 29. 환상에서 벗어나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33] 김영명 공동대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자주 듣는 말이다. 틀린 말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되는 일보다 더 많다. 간절히 원하면 얻는다는 말도 듣는다. 간절히 원해도 얻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노력해서 되는 일은 될 만한 일을 노력하기 때문이고, 간절히 원해서 얻는 것은 얻을 만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라는 교훈이라면 백 번이라도 옳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우리의 환상 중에 대표적인 것이 무엇이겠는가? 노력하면 누구나 큰 돈을 벌수 있고 노력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노력하면 누구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 아니겠는가? 그래서 청소년은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고, 철없는 어른.. 2014. 5. 21. 찬란한 오월 [우리 나라 좋은 나라-32] 김영명 공동대표 찬란한 오월이다. 금빛 햇빛이 조각조각 흩어져 상쾌한 얼굴을 스친다. 세모의 햇빛 네모의 햇빛 가녀린 햇빛 넉넉한 햇빛... 옥색 하늘에서 수줍은 구름이 이 땅의 너를 향해 웃음 짓는다. 이 눈부신 오월에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왜 남왕이 아니고 여왕일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런 표현들이 남왕에게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계절의 남왕도 만들어 줘. 양성 평등법에 걸리지 않게. 아침에는 서늘하나 낮에는 덥다. 텔레비전에서는 벌써 여름 날씨라고 호들갑이다. 그것이 호들갑을 안 떨 때는 없으니, 자신의 정체성을 열심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더운 오후에 웃옷을 벗고 제법 여름 차림을 하나, 여전히 햇볕은 오월의 .. 2014. 5. 15. 기억에 대하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31] 김영명 공동대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다. 동시에 인간은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두 말 모두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못된 기억은 사라지기도 해서 삶이 너무 힘겹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이 기억의 동물이라도 한 것은 그냥 내가 한 말인데, 일단 기억이 있으니 망각도 있지 않느냐 하는 만고의 진리 말씀이고, 동시에 아무 의미 없는 말씀이다 오래 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여름 방학 한 달 동안 어떤 동료 유학생 하고 같이 지낸 적이 있었다. 귀국한 뒤 다른 동료 유학생 출신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그 학생 얘길 하는데, 나는 도무지 같이 산 기억이 안 나.. 2014. 5. 8.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30] 김영명 공동대표 아름다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은 몇 개일까? 어떤 책에서 보니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수가 있고 각 은하수에 1조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도대체 1하고 동그라미를 몇 개 그려야 묘사가 될까? 이를 세는 숫자는 있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주가 무한한 것은 아니다. 그것 역시 유한한, 한계가 있는 공간에 불과하다. 여기서 ‘불과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기는 하나. 다른 책에서 우주에는 2000억 개의 은하수가 있고 각 은하수 당 2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2000, 2000 똑같다고 하는 것보단 첫째 것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2000, 3000이라고 했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 2014. 5. 2.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