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92 슬프다 사고 공화국 [우리 나라 좋은 나라-29] 김영명 공동대표 슬프다 사고 공화국. 생때같은 아이들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억울한 영혼이 되어버린 이 슬픈 일에 눈물이 안 날 수 없다.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보다 서른 살 마흔 살 어른보다 열일곱 아이, 스무 살 대학생 군인들의 죽음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온 나라가 침통한 슬픔에 빠졌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대형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날까? 이 나라가 과연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를 달리는 나라인가? 이 나라가 과연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의 칭송을 받는 나라인가? 이 나라가 과연 중국보다 일본보다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더 많이 딴 나라인가? 그렇다. 그런 나라다. 그런데 왜 재난 사고에서는 이렇게 후진국일까? 무엇보다 경쟁과 성장과 가시.. 2014. 4. 24. 하얀 목련이 질 때는 [우리 나라 좋은 나라-28] 김영명 공동대표 더럽다. 하얀 목련이 질 때는 더럽다. 보랏빛 목련이 질 때는 지저분하다. 청초하고 화려하며 우수에 깃든 아름다운 목련이 질 때, 누렇게 변한 꽃잎이 하나씩 둘씩 뚝뚝, 그리고 너저분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불평하지 말자. 청초한 꽃봉오리도 목련이고 지저분한 꽃잎도 목련이다. 하나는 목련이고 다른 하나는 목련의 죽음이다? 아니다. 둘 다 목련이다. 목련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는 사람이여, 그대는 이 둘을 다 같이 사랑해야 한다. 아니 꼭 그래야 하는 철칙은 없다. 다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매미는 한여름 화려한 탈바꿈으로 우렁찬 울음을 울기 위해 7년 동안의 굼벵이 시절을 이겨낸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그러던가? 굼벵이한테 누가 물어봤나? 너는 화려.. 2014. 4. 17. 사람의 수명 [우리 나라 좋은 나라-27] 김영명 공동대표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여든 넘게까지 사셨다. 비교적 오래 사신 편이다. 외할아버지만 요절하셨다. 아버지는 여든 여덟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아흔 하나이신데 아직 계신다. 우리 보모님 세대에서 여든을 넘기는 것은 보통이다. 우리 세대는 최소한 아흔일 것이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도 아흔까지는 살 것이다. 우리 자식 세대는 백 살이 기본이 될지 모른다. 사람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영양이 점점 좋아지고 의학 기술이 점점 발달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60년을 살고 있다. 생각하면 무척 긴 세월이다.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또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자라고... 그밖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하면 몇몇 가지 생각나기도 하지.. 2014. 4. 10. 개나리를 심었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26] 김영명 공동대표 지난 주말에 개나리를 심었다. 아파트가 1층이라 내 나름대로 정원을 가진 셈이다. 십몇 년 전에 이사 오면서 단풍나무와 벚나무도 춘천에서 옮겨 심었는데 아직 크게 자라지 못했다. 옮기기 쉬운 작은 놈들만 가져왔더니, 작기만 한 게 아니라 작고 허약한 놈들이었나 보다. 베란다 쪽에 빈 공간이 있어 개나리나 심어야겠다고 생각만 한 지 어언 수 년, 이번에 겨우 실행했다. 무슨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시간과 기분과 기억의 조합이 맞았던가 보다. 앙상한 꼬챙이 다섯 개를 심었는데, 이것들이 과연 올해 꽃을 피울지 모르겠다. 파는 이는 피울 거라고 했지만 다 믿을 수야 있나. 아내는 피울 거라고 하여 점심 내기를 했다. 대 당 4개 쳐서 20개 이상 꽃.. 2014. 4. 3. 엄마와 바나나 [우리 나라 좋은 나라-25] 김영명 공동대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는 먹을 것을 많이 찾으신다. 이것저것 드리지만 만만한 것이 바나나라서 바나나를 자주 드린다. 우리는 바나나 껍질을 반만 까고 먹지만,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거추장스러울까봐 껍질을 다 까고 알맹이만 드린다. 반 잘라 드릴 때도 있고 다 드릴 때도 있다. 어머니는 그것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조금씩 잘라 드신다. 이 없는 입으로 오물오물 잘 드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손이 끈적끈적해지지 않을까 궁금했다. 한 동안 궁금해 하기만 하다가 어느 날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나도 바나나 껍질을 다 까고 알맹이만 들고 먹어보았다. 생각보다는 끈적한 것이 많이 묻지 않아 괜찮았다. 바나나 하면 많은 것이 생각난다. 우리 어릴 적에는 바나나가 .. 2014. 3. 27. 봄날은 온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24] 김영명 공동대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언제나처럼 그냥 오지는 않는다. 올까말까 망설이다가 온다. 얼음도 다시 얼었다가 시베리아 찬바람이 다시 불었다가 길거리 어묵의 뜨거운 김이 그립다가, 그러다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고 훈풍이 분다.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따뜻한 햇살이 마음을 녹이면 정말 봄이 온 것이다. 마음은 풀리고 정신은 나른해진다. 몸도 노곤해진다. 행복한 노곤함이다. 봄은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고 우리 몸을 들썩이게 한다.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어딘가 나가고 싶어진다. 봄은 한 해에 한 번씩 온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힘들어도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한 봄이 온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에.. 2014. 3. 20.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우리 나라 좋은 나라-23] 김영명 공동대표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동남아의 한 불교 수행자가 강연을 다닌다.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치기도 한다. 동남아의 불교는 이른바 소승불교로서 개인의 수행을 매우 중시한다. 한국 불교보다 더 엄격한 계율과 수행을 중시한다. 그가 하루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그의 수행 생활이 얼마나 엄격하고 힘든지를 설명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손수 물을 긷고 밥을 하고 거친 밥을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성생활은 물론 할 수 없고 술도 못 마신다. 오후나 밤중에는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얘기도 최소한으로 해야 하고, 스포츠도 하면 안 된다. 사바 중생들이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듣던 어느 수감.. 2014. 3. 14.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앞당겼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22] 김영명 공동대표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앞당겼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있다. 주로 박정희 옹호자들이겠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박정희가 산업화를 선도했고, 그 결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교육 수준도 높아져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시행할 바탕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어설 수 있었다는 말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말기에는 뭔가 매우 찝찝하다. 마치 일본이 조선을 침탈하고 박해한 덕분에 한국 민족주의가 발달하고 한국인의 애국심이 강해졌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 노예가 해방되기 위해서는 노예들의 투쟁 정신이 높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예.. 2014. 3. 4. 나이를 먹으면 왜 꿈이 없어질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21] 김영명 공동대표 어릴 적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이 먹으면서 그 꿈이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일까? 내 생각을 하면, 나는 어릴 적에 별로 꿈이 없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때 나는 만화가와 야구 선수가 꿈이라고 했다. 누구에게 말했는지 그냥 혼자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은 그냥 막연한 상상이었지 '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학교 때 공부를 곧잘 했기에 중학교 선생님은 판사가 되는 게 좋겠다고 말하신 것 같고, 나는 과학자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학교나 주변에서 전부 판사나 과학자를 미래의 이상적인 직업으로 여겼고 어린 나도 그 얘기들을 알게 모르게 들.. 2014. 2. 7. 이전 1 ···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