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92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4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 역사에서 정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국사?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고려의 금속 활자? 이순신? 이율곡? 이퇴계? 원효? 을지문덕 이순신과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얘기했다. 대단한 위인이지만 약한 나라를 구한 위인이지 세계로 뻗어나간 위인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사정상 그랬다. 강한 나라에 둘러싸인 약한 우리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생활 수준 등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자랑 삼아야 할 유산은 문화 유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그런 문화 유산일까?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다. 우리는 힘은 약했어도 최소한 문화적으로 야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 2014. 8. 28. (속) 이순신 장군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6] 김영명 공동대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남은 전함은 12척이었다고 한다. 왜군의 전함은 330척이었다.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 왜적을 쳐부순 이순신은 영웅임에 틀림없지만, 그 전에, 우리는 왜 항상 이렇게 약한 쪽이었냐 말이다. 왜 우리는 수백 척으로 12척의 적을 압박한 적이 없는가 말이다. 설사 저쪽의 어느 이순신에게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역사상의 우리 위인이 어떤 분들인가? 을지문덕, 강감찬 등등. 이들은 외적의 침입을 막아서 나라를 구한 이들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적들을 훌륭히 물리쳤다. 훌륭히 물리친 건 좋은데,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불리한 여건’이다. 강대한 적의 압박 .. 2014. 8. 28. 이순신 장군은 운이 좋은 분이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5] 김영명 공동대표 요즘 ‘명량’이라는 영화가 대인기다. ‘아바타’의 1,300만 관객 기록을 곧 갈아치울 기세다. 우리 집에서도 아내와 아이들 둘이 다 같이 보러 갔는데 나는 안 갔다. 그 전날 아내와 둘이 다른 영화를 보아서 이틀 연속 영화를 보는 내 인생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그 때문이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뒹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좋으니 아니니 하면서 하릴없는 논쟁도 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걸 떠나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참 이순신 장군님은 운이 좋은 분이시다.” 아니 세 번이나 파직 당하시고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왜적과 싸우고 아들이 전사하고 전쟁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드디어 본인이 유탄에 .. 2014. 8. 14. 주연이와 연주에 얽힌 이치에 닿지 않는 말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4] 김영명 공동대표 내 딸 이름은 주연이다. 성은 김이다. 어렸을 때는 장난삼아 “연주야” “연주야” 하고 부르곤 했다. 또 ‘큰 궁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연주라고 부르지도 않고 큰 궁뎅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서른이 다 된 딸한테 그러기는 좀 뭣하지 않은가. 아들 이름은 수한이다. 아들 성도 김이다. 이 놈은 용 띠인데, 88년 7월 7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용팔이라고 부를까 용칠이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용팔이는 너무 한 것 같아 용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릴 적에는 곧잘 “용칠아” “용칠아” 했는데 언젠가부터 잊어먹었다. 설마 본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아내 이름은 원주다. 성은 송이다. 이 이름은 내 할아버지 이름과 같아서 시집 올 때 화제.. 2014. 8. 14. 다시 어머니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3] 김영명 공동대표 어머니가 집을 나와 병원과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 세 해 하고도 반이 다 돼 간다. 모닥불은 다 꺼졌고 부지깽이로 재를 뒤적이면 남은 불씨가 가물거린다.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다. 1년 뒤가 될지 한 달 뒤가 될지... 상태의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나 점점 정신이 가물거려 간다. 몸은 오히려 살도 오르고, 얼굴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하니 점점 나빠져 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이리라. 파킨슨 병이 있어서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는 침대 위를 뱅뱅 돌 듯 하시더니 약을 계속 복용한 덕분인지 그런 증상은 진작 없어졌다. 처음에는 침대 밖으로 내려와서 기어 다니려고 하고, 벽장이나 찬장 위에 무엇이 있는지 자꾸 확인.. 2014. 7. 31. 삶에 목적 따위는 없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2] 김영명 공동대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들이 넘쳐난다. 대개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들 한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이건 좀 바보 같은 소리 같다. 삶에 목적이라는 것이 있나? 우리가 어떤 무엇을 이루기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났나? 아니면 태어난 뒤에 우리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나? 아니다. 우리는 그냥 이 세상에 던져졌으니까 살아갈 뿐이다. 나는 비행기 승무원이 되어야지 하는 목적은 사는 동안에 가지게 되는 하나의 목적이지 내가 이 땅에 태어나서 사는 것 자체의 목적은 아니다. 나는 어차피 내 뜻과는 관계 없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난 뒤에 아직 죽지 않으니 살아갈 뿐이다. 죽기가 두렵고, 나중에 어차피 죽을 건데 미리 내가 먼저.. 2014. 7. 24. 이성과 감성 [우리 나라 좋은 나라-41] 김영명 공동대표 . 영국의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의 처녀작이다. 오스틴은 뒤에 나올 브론테 자매의 선배로서 영국 여류 작가의 계보에서 선두를 장식하는 작가이다. 이런 계보가 이후 으로 유명해진 버지니아 울프로 이어진다--라고 아는 것도 없는 내가 한 번 얘기해 본다. 이 소설은 오스틴의 전성기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지만, 인간의 뗄 수 없는 두 부분, 즉 이성과 감성의 갈등 또는 그 어울림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소설은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두 자매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한다. 이성을 대표하는 언니는 감성에 곧잘 휘둘리는 동생을 돌보며 차분한 생활을 한다. 언니와 그 애인의 사랑은 너무 이성적이어서 상대에 대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못.. 2014. 7. 18. 비가 안 온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0] 김영명 공동대표 비가 안 온다. 소나기가 조금 오다가 만다. 남쪽 지방은 태풍이 빗겨가서 피해도 입었다는데, 중부 지방에는 장마철인데도 비가 안 온다. 장마철에는 비가 와 주어야 농작물도 잘 자라고 땅도 비옥해지고 더위도 좀 가실텐데, 걱정이다. 비가 안 오니 날씨가 덥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치는 때가 왔다. 방송에서는 불볕더위니 찜통더위니 하면서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참 세상이 많이 좋아졌구나 하고 느낀다. 고등학교 다닐 대 광화문에서 버스를 내려 20분 동안 학교로 걸어갔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가면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안에 속옷을 입고 교복을 입었는데 교실에서 웃옷을 못 벗게 했다. 예의상 맞는.. 2014. 7. 10. 비가 온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39] 김영명 공동대표 올해는 장마가 늦다. 본격적인 장마가 올 것 같지도 않다. 이른바 마른 장마로 그치려나? 그러나 오늘은 서울에도 비가 온다. 어제 저녁부터 왔다. 장마철엔 장마철다운 비가 와 주어야 한다. 농작물도 잘 자라고 더위도 식혀준다. 습도가 높아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뙤약볕 한여름보다는 낫다. 그래서 한국의 여름은 그나마 견딜 만하다. 7월 한 달 장마가 식혀주고, 아주 더운 날은 보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어릴 적이 생각난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 그 무렵, 처마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마당에 작은 홈을 파고 물방울이 톡톡 튀면 저쪽에서 지렁이가 꾸물대고 이쪽에선 달팽이가 엉금거렸다. 그걸 보고 쪼그려 앉은 어린 아이... 국민.. 2014. 7. 3. 이전 1 ··· 3 4 5 6 7 8 9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