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2436

언니와 아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 2013. 12. 5.
(김은영) 나는 깡패였다?! 겨울에 더 맛있는 전복을 먹었다. 완도 전복인지 양식 전복인지 그 출생의 비밀은 모르지만, 내 돈 내고 먹은 게 아니라 더더더 쫄깃하고 달았다. ^^; 지구 바다에는 모두 100여종의 전복류가 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양식업자들은 일단 그 크기만으로 전복은 보통 세 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1년 된 어린 전복, 치패. 2년 쯤 자란 중패, 그리고 다 큰 전복 성패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바다 농부들 사이의 전문용어로 1년을 자랐든 2년을 자랐든 제대로 크지 못한 전복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 '깡패'다. 똑같은 바다에서 똑같은 조류에 휩쓸리고 똑같은 다시마를 먹고 살았지만, 치패도 중패도 되지 못한, 밥값 못한 놈들을 가리켜 하는 바다 농부들 말이다. 사람들 중에도 '깡패'라고 불리는 무리들이 있다. 사.. 2013. 11. 23.
김종영 미술관, 금보성 아트 센터 [우리 나라 좋은 나라-10] 김영명 공동대표 한두 달 전에 시내 어느 곳에서 고갱 전을 한다기에 아내와 함께 보러갔다. 아니 보러가기 위해 나섰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을지로 3가에 이르니 길이 막혀 차가 아예 움직이지 못했다. 토요일 저녁 무렵이어서 막힐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다 하다 못해 불법 유턴을 하여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나선 길이니 저녁이나 먹자 하여 근처의 냉면 집으로 갔다. 이름 하여 오장동 냉면이다. 젊었을 적부터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근처를 왔다 갔다 한 적은 많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비빔냉면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빈대떡 이런 건 없고 그냥 냉면만 판다는 점이었다. 그것 하나로 수십 년 동안 승부를 걸어 왔으니 대단하긴 대단하였다. 맛이.. 2013. 11. 21.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 성기지 운영위원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 2013. 11. 21.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들은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 세상 여러 나라 사람들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중하위를 맴돌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들은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거나 아니면 바누아투, 부탄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북유럽 선진국들에서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인구 밀도가 낮아 사람들의 부대낌이 덜하고 민주주의가 잘 시행된다. 바누아투, 부탄 같은 나라들은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고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별로 없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그런데 바누아투, 부탄은 발음이 비슷하네. 우리도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부투민국으로 바꾸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려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 2013. 11. 14.
잠에 관한 우리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6] 성기지 운영위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 2013. 11. 14.
용돈 좀 줘! [우리 나라 좋은 나라-8] 김영명 공동대표 어느 날 아내에게 용돈 좀 달라고 말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바치고 쥐꼬리 용돈이나 얻어 쓰는 졸장부가 아니다. 그런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지만, 그들은 그런 형편에 따라 그런 것이라 이해하고 업신여기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내가 잘 난 척을 좀 하고 싶어서 졸장부 운운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말을 조금 빗나가게 하자. 뉴스에는 심심찮게 세계 각국의 여성 지위 순위가 발표된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언제나 꼴찌 수준이다. 한국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남자들이여, 아니 여자들도 들어라, 정말로 한국 여자들의 지위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면 .. 2013. 11. 7.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 2013. 11. 6.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7]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그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요양원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는 2년이 넘어 3년이 되어 간다. 어느 날 부모님과 가장 가까이 살면서 자주 챙겨주던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셔서 병원으로 옮겼어.” 그때 이후 어머니는 집으로 못 돌아가셨다. 한 해쯤 지나서 그 집은 팔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 전부터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가면 옛날 사진들을 꺼내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고, 옷을 몸에 맞춘다고 기장을 잘라 못 입게 만들고, 베란다에서 키우던 동백꽃 꽃잎을 하나하나 따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짓을 한다고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하셨고, 자식들도 별다른.. 201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