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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2463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1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다시 말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여 지도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단체이든 셋 이상의 (다섯 이상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기 독단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뜻을 모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진하여 앞장서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단체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라 단위가 되면 정말로 중요해진다. 물론 사회 제도나 정치 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조금은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요하다. 한국처럼 아직도 정치 제도나 경제.. 2014. 1. 9.
돈! 돈! 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 성기지 운영위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서민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돈 가운데 가장 큰돈이 오만 원짜리인데, ‘오만’이라는 숫자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주 큰 것을 가리킬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래서 ‘매우 많은 수량’을 뜻하는 ‘오만’이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 뜻이다. 또, 수다스럽게 수없이 떠드는 소리를 ‘오만소리’라고도 한다. 이 ‘오만’을 순 우리말로 바꾸면 ‘닷골’이 된다. ‘닷’은 ‘다섯’의 준말이고, ‘골’은 ‘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골백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골’은 ‘만’이기 때문에, ‘골백번’이라고 .. 2014. 1. 9.
대접받고 싶다면 대접하라 대접받고 싶다면 대접하라 * 이 글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쓴 글로 동아일보 2014년 1월 1일 사회면에 실렸습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40101/59899651/1) 유럽의 축구장 안팎에서 난동을 일삼던 훌리건의 악명은 이제 차별주의자들에게 넘어갔다. 백인과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바뀐 현상이다. 훌리건만 해도 축구에 열정을 지닌 집단이었지만, 차별주의자들은 인종 차별에 대한 광적인 열정만 있을 뿐이다. 독단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도 독단과 편견에서 비롯하는 증오 표현이 늘고 있다. 정치인의 막말,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언어폭력, 청소년의 욕설, 상대를 절벽으로 몰아가는 방송의 날선 말. 그나마 국민의 알 권리를 차별할 위험이 높은 공공.. 2014. 1. 3.
하루를 어떻게 나누어 부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 성기지 운영위원 갑오년 새해가 큰 추위 없이 환하게 밝았다. 이맘때가 한 해의 첫머리라면, 하루의 첫머리는 새벽이다. ‘새벽’은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새벽을 또 나누어, 아주 이른 새벽은 ‘꼭두새벽’이라 하고, 아직 어스레한 새벽은 ‘어둑새벽’이나 ‘어슴새벽’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정이 지나 아침이 되기 전까지를 그냥 새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새벽 1시’, ‘새벽 2시’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합리적인 표현이라 볼 수 없다. 이때는 ‘낮 1시, 낮 2시’와 대비하여 ‘밤 1시, 밤 2시’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오전 1시는 아무래도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하루.. 2014. 1. 3.
새해의 다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6] 김영명 공동대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또 한 해가 밝았다. 헌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늘 그랬듯이 별다른 감흥은 없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이 되던 세밑에는 기분이 좀 묘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유학생 친구 집에 모여 술을 퍼 마셨다. 기분이 묘하지 않았더라도 술은 퍼 마셨겠지만… 그 뒤로는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별로 묘한 기분은 없다. 스물일곱이 되는 아들 녀석이 헌 해의 마지막 날에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카톡을 보냈더군. 내 대답은 “다 그러니 일찍 들어오기나 해!”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통행금지가 없는 날이라 그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지금 내 아들은 훨씬 더 진하게 같은 짓을 한다. 통금은 .. 2014. 1. 2.
고맙습니다! 2013년 한 해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힘써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4년에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뜻하는 일마다 알찬 열매의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아리아리! 2013. 12. 27.
‘어른답다’와 ‘어른스럽다’의 차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답다’와 ‘○○스럽다’가 있다. 요즘 우리 생활 주변이나 방송에서 이 말들을 구별 없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디 뜻과 쓰임이 다른 표현이니 잘 가려 써야 할 말이다. 흔히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시죠.”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른에게 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답게 행동하시죠.”라고 해야 바르게 말한 것이다. 반면에, 어린 아이를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다웠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때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답다’는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자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 2013. 12. 26.
외할머니 [우리 나라 좋은 나라-1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20대에 소녀 과부가 되셨다. 당시 진주 강씨 양반집에 시집 가셨으나 어머니와 이모를 본 뒤 외할아버지가 한창 청춘의 나이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모도 어려서 죽어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결혼한 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사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는 나를 무척 편애하셨다. 귀엽다고 내 엉덩이를 두드리기가 예사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살짝 뒤켠으로 데려가 동전 한 닢을 쥐어주시기도 하였다. 나를 끔찍이도 사랑한 반면 막내인 내 여동생은 무척 구박하셨다. 하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동생이 책상 앞에서 책을 읽는데, " … 달구지가.. 2013. 12. 26.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 2013.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