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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2580

책에 대한 불경한 생각 [우리 나라 좋은 나라-50]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날마다 책을 읽는다. 하지만 나는 책 읽는 것이 인생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책을 매일 읽는 것은 밥벌이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안 읽으면 허전한 일종의 중독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책을 집이나 연구실에 쌓아두고 모으는 습관은 없다. 아마 인문사회 교수들 중에 나만큼 책이 없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별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마 도서관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책을 많이 사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단행본, 학술 저널 등을 보내오기 때문에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온 집에 책을 가득 쌓아두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책장이 부족하면 책장을 사지 않고 책을 버린다. 책 종사자에게는 좀 미안.. 2014. 9. 19.
흐리멍텅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7] 성기지 운영위원 ‘흐리다’는 “날씨가 흐리다.”, “물이 흐리다.”처럼, 눈에 보이는 상태가 맑지 않다는 뜻이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텅한 정치인들”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란 낱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들처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흐리멍텅하다’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바른 표기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표준말이 아닐 뿐이지 ‘흐리멍텅하다’가 우리말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14. 9. 19.
[이웃집 소식] (10/7) 한글날맞이공연 '천 강에 비친 달'/세종문화회관 공연 '천 강에 비친 달'이 오는 10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한글콘서트 '천 강에 비친 달'은 세종문화회관이 제568돌 '한글날'을 맞이해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여 만든 한글(훈민정음)의 의미를 담기 위해 준비한 공연으로, 공연이름인 '천 강에 비친 달'은 '세종대왕'이 직접 훈민정음으로 지은 노래 가사집 '월인천강지곡'에서 가져왔으며, '달 그림자가 천 개나 되는 강에 비추는 것과 같은 노래’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공연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청소년국악단 100여 명과 최재웅, 강산에 밴드, 김설진, 김나니, 김묵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들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1부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반포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을 극 형식으로 그려내고 2부는 김.. 2014. 9. 17.
이렇게 소리 내고 저렇게 쓰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6] 성기지 운영위원 말을 할 때는 못 느끼다가도 막상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표기가 헛갈렸던 경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사귀다’라는 말을 ‘사귀어’, ‘사귀었다’처럼 표현할 때 현실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줄여서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준말을 옮겨 적을 방법이 없다. 한글에는 ‘위’와 ‘어’ 소리를 합친 모음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소리 내고 ‘사귀어’, ‘사귀었다’로 적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뜨거운 그릇을 모르고 만졌을 때, “앗 뜨거!”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비명을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앗 뜨거!”라고 적으면 안 된다. ‘뜨겁다’는 ‘뜨거워’, ‘뜨거우니’, ‘뜨거워서’ 들처럼 어미변.. 2014. 9. 12.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49] 김영명 공동대표 한가위가 또 지났다. 아내가 전을 부쳤다. 차례 지낼 형 집에 가져갈 만큼 충분히 부쳤다. 누구 코에 붙일지는 모르겠지만 붙일 만큼 충분히 부쳤다. 부친 전을 누구 코에 붙일까? 아마 적게 부쳤으면 내가 이렇게 말했겠지. “에게,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왜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하면 사람 코에 붙였을까? 먹고 남는 것을 붙였을까? 먹기 전에 먼저 코에 붙이고 남는 것을 먹었을까? 뺨에 붙이면 좀 더 쉬울텐데 왜 굳이 코에다 붙이려고 하였을까? 내 아내의 전 부치는 솜씨는 뛰어나지 않다. 돌아가신 장모님 뺨을 절대 치지 못할 것이다.* 장모님 뺨 칠만큼의 전 부치는 솜씨를 내 아내는 언제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뭘 비교하면 꼭 사람 뺨을 칠까?.. 2014. 9. 12.
아이돌 가수가 이끈 가사의 변화 - 우리말 가사와 아이돌 가수 음악을 듣다보면 우리 노래들이 영어로 물들어 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8월 27일 기준, 순위표 상위 20곡 중 9곡의 노래 제목이 영어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가사 전체를 살펴보니 우리 말로만 노랫말이 쓰여 있는 곡은 2뿐이었다. 또한, 영어를 남용했다고 판단되는 곡은 11곡이나 되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노래는 영어에 물들지 않았었다. 아래 표를 보면 이 사실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200520062007200820092010201120122013영어제목3327108998우리말가사161615657466영어남용1218910673 2014. 9. 11.
[인사]넉넉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한글문화연대입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잠시 잊고 가족과 함께 따듯한 정을 나누며 넉넉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2014. 9. 5.
신도 우주도 우리는 알 수 없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8] 김영명 공동대표 리처드 도킨스는 기독교를 공격하는 무신론자로 유명하다. 몇 해 전 그가 쓴 이라는 책이 국내에서도 많이 팔렸다. 이 책에서 그는 신이 왜 존재하지 않는가를 논리적으로 밝히고자 했는데, 실상 책의 대부분이 기독교 교회와 광신도들이 역사상 저질러온 악행에 대한 고발로 채워져 있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가 신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던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과 같다. 신이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설계한 “시계공”인데, 그러면 그 시계공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신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해서 생겨났느냐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만들었다.”라고 대답한다면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겠지. .. 2014. 9. 5.
팔월 한가위 [아, 그 말이 그렇구나-55] 성기지 운영위원 추석이다. 설날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듯이, 추석은 ‘팔월 한가위’라고 말한다. ‘한가위’에서 알 수 있듯이, 추석의 순우리말은 ‘가위’이다. 우리말에 ‘절반’이나 ‘가운데’라는 뜻으로 쓰이는 ‘가웃’이란 말이 있다. 요즘에도 수를 셀 때 이 말을 쓰고 있다. ‘석 자 가웃’이라 하면, ‘가웃’이 한 자의 절반이므로, 석 자 하고도 반자쯤 더 되는 길이를 나타낸다. ‘가위’는 바로 이 ‘가웃’이 변한 말이다. 더운 때와 추운 때의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이 ‘가위’에 ‘크다’는 뜻의 우리말 ‘한’을 덧붙여서 ‘한가위’라고 부른다. 추석을 음력 8월에 있는 명절이란 뜻으로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그 무렵이 날씨가 아주 좋은 때이므로 ‘중추가절’이라고도 한.. 2014.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