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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2487

조르바 영감 [우리 나라 좋은 나라-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소설을 읽기는 읽지만 그렇게 탐독하는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소설들이 가끔 있기도 하지만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여러 번 읽고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는 소설 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다. 종교 경전도 아닌 걸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다니, 아마 무언가 통하고 마음에 드는 점이 있는 가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서술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그냥 조르바 영감의 어록을 한 번 적어 보련다. 지난 토요일 밤에 공연히 한 번 그래 보고 싶어서 그날 시찰 나온 우두머리를 붙잡아 팼지 뭡니까?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 2013. 10. 24.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 성기지 운영위원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로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회자가 귀빈을 청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귀빈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있다’를 ‘계시다’로 높이는 경우는 그 주어가 사람일 때에 한한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에서 ‘계시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인데, ‘말씀’ 자체가 높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존칭과 관련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가령,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에 대하여 말할 때, “과장님 아.. 2013. 10. 24.
유치함에 대하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4] 김영명 공동대표 세상에는 참 유치한 것들이 많다. 고상하게 살고 싶어도 때로는 유치해지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고상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도 고상함이 때로는 지루함이기도 하다. 유치함은 유치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유치한 것은 그냥 유치해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 유치함이 삶에 활력을 주고 흥을 돋우기도 한다. 유치함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알짜 그냥 유치함과 활력 유치함의 두 가지 말이다. 그런데 이 두 유치함을 언제나 잘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치함이란 말 그대로는 어린 애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의 학예회를 보고 유치하다고 하지 않는다. 젖 달라고 징징대는 아기더러 너 왜 그렇게 유치하냐고 나.. 2013. 9. 29.
‘가장’과 ‘너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글자인 한글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해서인지 무엇이든 과장하기를 좋아해서 ‘가장’, ‘제일’, ‘최초’, ‘최고’ 등의 부사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을 쓰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낱말들을 남용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표현상의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이란 부사어는 ‘최고’, ‘으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 아래에서 오직 하나의 대상만을 가리킬 뿐이다. ‘가장’이란 말 뒤에 ‘~중에 하나’라는 말이 이어지면 앞뒤의 호응이 맞지 않게 된다. 이렇.. 2013. 9. 29.
거짓말시키는 사람은 누구?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 성기지 운영위원 “시키다”는 ‘무엇을 하게 하다’는 말로서, “일을 시키다”, “공부를 시키다” 들처럼 쓰인다. 또는 앞말에 붙여서, “안심시키다”, “실망시키다”, ‘이해시키다’, ‘입원시키다’ 들처럼, ‘안심하게 하다’, ‘실망하게 하다’, ‘이해하게 하다’, ‘입원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가령, “취직시키다”고 하면, 자기가 취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취직을 하게 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쓰는 사례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시키다’가 붙어서 사동을 나타내는 말이 아님에도 마구 붙여 쓰는 사례들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연속극에서 보니, “남편을 설득시켜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 2013. 9. 13.
퓨전이라고 하는 것 [우리 나라 좋은 나라-3] 김영명 공동대표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다. 한 20년 이상 되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학술·과학 용어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앞의 것에 대해서는 말할 능력이 없으니 뒤의 것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퓨전은 혼합, 혼종, 섞임이라는 뜻이다. 더 전문 용어(?)로는 짬뽕이다. 이것저것이 섞였다는 말인데, 일상생활과 일상 문화의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국악과 양악의 섞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섞임, 한식과 양식의 섞임, 한옥과 양옥의 섞임 등등이다. 이런 퓨전이 음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주거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섞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어떻게 보면 세상에 안 섞인 .. 2013. 9. 13.
[모집]언어정책 국제회의 자원봉사자(~09/24) [언어정책 국제회의 자원봉사자 모집] 한글문화연대는 올해부터 한글날을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내며 기리게 된 것을 기념해 올 10월 7일에 국제학술회의를 엽니다. 이에 통역, 안내, 진행 등을 함께 할 자원봉사자를 아래와 같이 모집합니다.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정과 역량을 가진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1. 개요 1) 대회 이름: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기념 언어정책 국제회의 2) 주제: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 3) 날짜: 2013년 10월 7일(월) 4) 주최: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2. 자원봉사 부문 1) 통역 및 수행 ○ 영어-한국어/프랑스어-한국어/프랑스어-영어 ○ 10월 6일 ~ 9일(3일) 봉사활동이 가능한 분 ○ 외국발표자 수행과 통역(.. 2013. 9. 5.
분은 삭이고 밥은 삭히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9]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나라 안팎에서 끔찍한 범죄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보도를 대할 때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은 곧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데, 언론에서는 “분노를 삭히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는 기사를 싣기도 한다. 이때 ‘분노를 삭히고’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화가 난 사람의 분노나 울분은 삭히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다. “분노를 삭이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된다. ‘삭다’의 사동형인 ‘삭이다’는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다.” 또는,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냉수 한 사발을 마시고는 분을 삭였.. 2013. 9. 5.
안 지키고 못 지키는 띄어쓰기 규정 [우리 나라 좋은 나라-2] 김영명 공동대표 젊었을 적에 나는 띄어쓰기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필사의 노력이 다 헛된 짓이 될 때가 많았다. 논문이나 책을 쓸 때에 내가 아는 띄어쓰기 규정에 따라 낱말마다 다 띄어 써서 글을 보내면 출판사에서 제 맘대로 붙여서 교정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교정을 보면서 이를 다시 띄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은 싸우기 귀찮아서 출판사에서 하는 대로 내버려둔 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한글 띄어쓰기 규정을 다시 한 번 보았다. 큰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띄어쓰기는 낱말을 단위로 하되 조사는 윗말에 붙여 쓴다. 2) 수를 우리 글로 적을 경우, 십진법에 따라 띄어 쓴다. .. 2013.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