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2487 하루를 어떻게 나누어 부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 성기지 운영위원 갑오년 새해가 큰 추위 없이 환하게 밝았다. 이맘때가 한 해의 첫머리라면, 하루의 첫머리는 새벽이다. ‘새벽’은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새벽을 또 나누어, 아주 이른 새벽은 ‘꼭두새벽’이라 하고, 아직 어스레한 새벽은 ‘어둑새벽’이나 ‘어슴새벽’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정이 지나 아침이 되기 전까지를 그냥 새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새벽 1시’, ‘새벽 2시’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합리적인 표현이라 볼 수 없다. 이때는 ‘낮 1시, 낮 2시’와 대비하여 ‘밤 1시, 밤 2시’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오전 1시는 아무래도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하루.. 2014. 1. 3. 새해의 다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6] 김영명 공동대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또 한 해가 밝았다. 헌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늘 그랬듯이 별다른 감흥은 없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이 되던 세밑에는 기분이 좀 묘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유학생 친구 집에 모여 술을 퍼 마셨다. 기분이 묘하지 않았더라도 술은 퍼 마셨겠지만… 그 뒤로는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별로 묘한 기분은 없다. 스물일곱이 되는 아들 녀석이 헌 해의 마지막 날에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카톡을 보냈더군. 내 대답은 “다 그러니 일찍 들어오기나 해!”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통행금지가 없는 날이라 그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지금 내 아들은 훨씬 더 진하게 같은 짓을 한다. 통금은 .. 2014. 1. 2. 고맙습니다! 2013년 한 해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힘써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4년에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뜻하는 일마다 알찬 열매의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아리아리! 2013. 12. 27. ‘어른답다’와 ‘어른스럽다’의 차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답다’와 ‘○○스럽다’가 있다. 요즘 우리 생활 주변이나 방송에서 이 말들을 구별 없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디 뜻과 쓰임이 다른 표현이니 잘 가려 써야 할 말이다. 흔히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시죠.”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른에게 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답게 행동하시죠.”라고 해야 바르게 말한 것이다. 반면에, 어린 아이를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다웠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때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답다’는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자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 2013. 12. 26. 외할머니 [우리 나라 좋은 나라-1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20대에 소녀 과부가 되셨다. 당시 진주 강씨 양반집에 시집 가셨으나 어머니와 이모를 본 뒤 외할아버지가 한창 청춘의 나이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모도 어려서 죽어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결혼한 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사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는 나를 무척 편애하셨다. 귀엽다고 내 엉덩이를 두드리기가 예사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살짝 뒤켠으로 데려가 동전 한 닢을 쥐어주시기도 하였다. 나를 끔찍이도 사랑한 반면 막내인 내 여동생은 무척 구박하셨다. 하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동생이 책상 앞에서 책을 읽는데, " … 달구지가.. 2013. 12. 26.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 2013. 12. 19. 남자와 여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4] 김영명 공동대표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매우 비전문가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쓴 글들을 주워 읽고 사이비 전문가가 하는 얘기들을 주워듣고 그 중 기억나는 것들에다 내 짐작이나 추측 등을 가미한 것이므로, 아주 맹탕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아주 초보적인 얘기들일지 모르나, 이마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얘기해 보도록 한다. 남자와 여자는 매우 다르다. 사람인 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다르다는 과장된 말도 듣는다. 1970년대 미국의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의 ‘여성스러움’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우위 구조에서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런 주장들이 그 뒤의 진화 생물학 발전으로 상당히 위축되었다. 물론 그런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겠지. 일전.. 2013. 12. 19.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 성기지 운영위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 2013. 12. 12. 말하는 기술 [우리 나라 좋은 나라-13] 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에 신문 기사를 보니 청룡 열차를 같이 타고 난 뒤에 사랑 고백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재난에서 같이 살아남은 남녀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보통 때보다 더 높다고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가 쉽사리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이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상 상황들은 성격상 오래 지속되지 않아 정상 상태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감정도 평상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러니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들이여, 그대들의 연애가 오래 못 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이를 보면 상황이라는 요인이 사람들 삶과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2013. 12. 12. 이전 1 ··· 265 266 267 268 269 270 271 ··· 2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