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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83

나이를 먹으면 왜 꿈이 없어질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21] 김영명 공동대표 어릴 적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이 먹으면서 그 꿈이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일까? 내 생각을 하면, 나는 어릴 적에 별로 꿈이 없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때 나는 만화가와 야구 선수가 꿈이라고 했다. 누구에게 말했는지 그냥 혼자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은 그냥 막연한 상상이었지 '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학교 때 공부를 곧잘 했기에 중학교 선생님은 판사가 되는 게 좋겠다고 말하신 것 같고, 나는 과학자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학교나 주변에서 전부 판사나 과학자를 미래의 이상적인 직업으로 여겼고 어린 나도 그 얘기들을 알게 모르게 들.. 2014. 2. 7.
매춘과 정자 제공 [우리 나라 좋은 나라-20] 김영명 공동대표 두어 해 전인가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어떤 남자가 여자와 헤어지면서 여자의 요구로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고, 앞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그리하여 태어난 아기를 남자의 친자로 인정하고 양육비 제공을 의무 지웠다고 한다. ‘웃기는 남녀로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자든 난자든 남에게 제공하여 생명을 탄생케 하는 것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나? 특히 정자 은행을 통한 무작위의 제공 말이다. 그러면 정자를 준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자기 자식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꼴에 처하게 되는데, 그래도 되는 것일까? 특히 정자 제공이나 난자 제공에는 돈이 따르게 될텐데, 이는 .. 2014. 1. 29.
흥부와 놀부 [우리 나라 좋은 나라-1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으로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모가 아무리 한국인과 비슷하고 제 아무리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면 금방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탄로 날 것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착한 흥부와 악한 놀부를 대비하여 “착하게 살자”고 강조하는 권선징악의 교훈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표준적인 해석에 반발하여 오히려 놀부를 추켜세우고 흥부를 깎아내리는 경향도 있다. 흥부는 무능하기만 하니 오히려 생활력이 강한 놀부를 본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놀부 보쌈’ 등등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우리의 전래 동화들은 착함과 선함을 강조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효를 중시한다. .. 2014. 1. 23.
봄날은 간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18] 김영명 공동대표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거실을 몇 바퀴씩 돌 때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주로 흘러간 옛 노래가 많지만 때로는 곡에도 없는 가락을 내 맘대로 흥얼거리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돌면서 “엄마 노래 하나 해 줄까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조그맣게 노래 하나를 읊조렸다. 크게 하면 ‘웬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할까봐 남들이 안 듣게 조그맣게 한다. 다 하고 “나 노래 잘 하지?” 했더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 예전에 내가 학생일 때 어머니가 방 청소를 하면서 흥얼거리던 노래가 생각난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였다. 어머니는 노래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때 내가 국민학생이었는지 중.. 2014. 1. 16.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1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다시 말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여 지도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단체이든 셋 이상의 (다섯 이상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기 독단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뜻을 모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진하여 앞장서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단체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라 단위가 되면 정말로 중요해진다. 물론 사회 제도나 정치 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조금은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요하다. 한국처럼 아직도 정치 제도나 경제.. 2014. 1. 9.
새해의 다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6] 김영명 공동대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또 한 해가 밝았다. 헌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늘 그랬듯이 별다른 감흥은 없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이 되던 세밑에는 기분이 좀 묘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유학생 친구 집에 모여 술을 퍼 마셨다. 기분이 묘하지 않았더라도 술은 퍼 마셨겠지만… 그 뒤로는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별로 묘한 기분은 없다. 스물일곱이 되는 아들 녀석이 헌 해의 마지막 날에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카톡을 보냈더군. 내 대답은 “다 그러니 일찍 들어오기나 해!”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통행금지가 없는 날이라 그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지금 내 아들은 훨씬 더 진하게 같은 짓을 한다. 통금은 .. 2014. 1. 2.
남자와 여자 [우리 나라 좋은 나라-14] 김영명 공동대표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매우 비전문가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쓴 글들을 주워 읽고 사이비 전문가가 하는 얘기들을 주워듣고 그 중 기억나는 것들에다 내 짐작이나 추측 등을 가미한 것이므로, 아주 맹탕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아주 초보적인 얘기들일지 모르나, 이마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얘기해 보도록 한다. 남자와 여자는 매우 다르다. 사람인 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다르다는 과장된 말도 듣는다. 1970년대 미국의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의 ‘여성스러움’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우위 구조에서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런 주장들이 그 뒤의 진화 생물학 발전으로 상당히 위축되었다. 물론 그런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겠지. 일전.. 2013. 12. 19.
조르바 영감 [우리 나라 좋은 나라-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소설을 읽기는 읽지만 그렇게 탐독하는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소설들이 가끔 있기도 하지만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여러 번 읽고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는 소설 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다. 종교 경전도 아닌 걸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다니, 아마 무언가 통하고 마음에 드는 점이 있는 가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서술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그냥 조르바 영감의 어록을 한 번 적어 보련다. 지난 토요일 밤에 공연히 한 번 그래 보고 싶어서 그날 시찰 나온 우두머리를 붙잡아 팼지 뭡니까?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 2013. 10. 24.
행사 소식) 언어정책 국제회의 -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 "쉽게, 바르게, 넉넉하게" 국어 운동이나 국어 정책 분야에서는 처음 다루는 주제인데다 선진국의 앞서간 경험에 빗대어 펼쳐지는 학술회의라 그런지 참가자들의 관심은 꽤나 뜨겁고 진지했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을 기념하여 2013년 10월 7일 낮 1시 30분부터 열린 언어정책 국제회의에는 애초 예상했던 청중 200명보다 30여 명이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빼곡하게 의자를 더 놓아야했다. 6시까지 4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마쳤을 때도 청중석에는 100여 명이 넘는 청중이 남아 있었다. 종합 토론 시간이 짧아 충분하게 토론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한글문화연대가 연 이 언어정책 국제회의는 “쉽게, 바르게, 넉넉하게”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2013.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