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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191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4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 역사에서 정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국사?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고려의 금속 활자? 이순신? 이율곡? 이퇴계? 원효? 을지문덕 이순신과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얘기했다. 대단한 위인이지만 약한 나라를 구한 위인이지 세계로 뻗어나간 위인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사정상 그랬다. 강한 나라에 둘러싸인 약한 우리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생활 수준 등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자랑 삼아야 할 유산은 문화 유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그런 문화 유산일까?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다. 우리는 힘은 약했어도 최소한 문화적으로 야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 2014. 8. 28.
알갱이와 알맹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54] 성기지 운영위원 ‘알갱이’와 ‘알맹이’란 서로 다른 두 낱말이 있는데, 그 각각의 쓰임을 잘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갱이’는 “곡식의 낟알이나, 열매의 낱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쌀이나 보리, 밀 알갱이는 잘고, 도토리나 밤 알갱이는 굵다.”처럼 쓰인다. 반면에 ‘알맹이’는 “물건을 싸고 있는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땅콩을 까서 알맹이를 모아 놓은 것보다 남은 껍데기가 더 수북하다.”처럼 쓰인다. ‘알갱이’는 셈을 헤아리는 단위로도 쓰여서 “한 알갱이, 두 알갱이, 세 알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알맹이’는 그렇게는 쓰이지 않는다. 모처럼 하늘이 높고 햇살이 눈부신 나날이다. 이런 날씨가 보름만 지속되어도 올 가을 수확이.. 2014. 8. 28.
(속) 이순신 장군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6] 김영명 공동대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남은 전함은 12척이었다고 한다. 왜군의 전함은 330척이었다.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 왜적을 쳐부순 이순신은 영웅임에 틀림없지만, 그 전에, 우리는 왜 항상 이렇게 약한 쪽이었냐 말이다. 왜 우리는 수백 척으로 12척의 적을 압박한 적이 없는가 말이다. 설사 저쪽의 어느 이순신에게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역사상의 우리 위인이 어떤 분들인가? 을지문덕, 강감찬 등등. 이들은 외적의 침입을 막아서 나라를 구한 이들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적들을 훌륭히 물리쳤다. 훌륭히 물리친 건 좋은데,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불리한 여건’이다. 강대한 적의 압박 .. 2014. 8. 28.
‘가지다’와 ‘지니다’의 차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53] 성기지 운영위원 예전에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아내의 사진을 늘 지갑 속에 갖고 다닌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말솜씨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늘 가지고 다닌다’는 표현이 알맞은 것일까? ‘가지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무엇인가를 손이나 몸에 있게 하다.”라는 뜻과 “자기 것으로 하다.”는 뜻이 대표적으로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주운 돈을 가지다.”, “몇 십 년 만에 내 집을 가지다.”처럼 “자기 것으로 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가지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돈을 가지고 있다.”와 같이 “무엇인가를 손이나 몸에 있게 하다.”는 뜻으로 쓸 때에는 ‘지니다’는 말과 잘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지니다’는 .. 2014. 8. 28.
[이웃집 소식]조선어학회기념탑 제막식(08/29)/한글학회 올해는 1942년 10월 1일, 일제가 일으킨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수난을 겪은 지 7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시와 한글학회는 혹독한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우리말 우리글을 지켜낸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거룩한 뜻과 정신을 길이 전하고자,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을 세워 역사적인 제막 행사를 8월 29일에 엽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을 바랍니다. ○ 때: 2014년 8월 29일(금) 오후 5시 ○ 곳: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 옆) ○ 주최: 서울특별시․한글학회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 행사 내용: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제막식/세종로공원 안, 조선어학회 선열 인물 전시회/세종로공원 앞 인도 ○ 행사 문의: 한글학회 사무국(738-223.. 2014. 8. 18.
‘우리’에 대하여 [아, 그 말이 그렇구나-52] 성기지 운영위원 한국어에서 ‘우리’라는 말은 매우 독특하다. 이 말은 “우리는 하나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는 자기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여러 사람까지 동시에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이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때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편이 너희 편보다 훨씬 잘해.”라고 하면 ‘우리’라는 말에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저희’라는 겸양어로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희’는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고, .. 2014. 8. 14.
주연이와 연주에 얽힌 이치에 닿지 않는 말들 [우리 나라 좋은 나라-44] 김영명 공동대표 내 딸 이름은 주연이다. 성은 김이다. 어렸을 때는 장난삼아 “연주야” “연주야” 하고 부르곤 했다. 또 ‘큰 궁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연주라고 부르지도 않고 큰 궁뎅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서른이 다 된 딸한테 그러기는 좀 뭣하지 않은가. 아들 이름은 수한이다. 아들 성도 김이다. 이 놈은 용 띠인데, 88년 7월 7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용팔이라고 부를까 용칠이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용팔이는 너무 한 것 같아 용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릴 적에는 곧잘 “용칠아” “용칠아” 했는데 언젠가부터 잊어먹었다. 설마 본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아내 이름은 원주다. 성은 송이다. 이 이름은 내 할아버지 이름과 같아서 시집 올 때 화제.. 2014. 8. 14.
“찻잔 속의 태풍”은 바른 말일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51] 성기지 운영위원 신문 정치면이나 경제면에서 가끔 “찻잔 속의 태풍”이란 표현을 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특정한 상황에 태풍처럼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위력이 약해서 그 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경우에, 이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비유한다. 여기에서 ‘찻잔 속’이란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령, 차를 달인 물이 가득 든 찻잔에 반지가 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찻잔 속에 담긴 찻물 속에 반지가 빠졌다.”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속’과 ‘안’의 차이를 구별할 필요를 느낀다. ‘속’과 ‘안’은 뜻이 다른 말이다. 흔히 “유리컵 속에”, “밥그릇 속에” 하고 말하는데,.. 2014. 8. 14.
다시 어머니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3] 김영명 공동대표 어머니가 집을 나와 병원과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 세 해 하고도 반이 다 돼 간다. 모닥불은 다 꺼졌고 부지깽이로 재를 뒤적이면 남은 불씨가 가물거린다.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다. 1년 뒤가 될지 한 달 뒤가 될지... 상태의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나 점점 정신이 가물거려 간다. 몸은 오히려 살도 오르고, 얼굴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하니 점점 나빠져 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이리라. 파킨슨 병이 있어서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는 침대 위를 뱅뱅 돌 듯 하시더니 약을 계속 복용한 덕분인지 그런 증상은 진작 없어졌다. 처음에는 침대 밖으로 내려와서 기어 다니려고 하고, 벽장이나 찬장 위에 무엇이 있는지 자꾸 확인.. 2014.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