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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돋우다, 돋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9]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처럼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질 때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도 뚝 떨어진다. 이럴 땐 잘 익은 여름 과일이나 향긋한 나물 반찬이 입맛을 살려 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입맛을 당기게 하다’는 뜻의 낱말로 ‘돋우다’와 ‘돋구다’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입맛을 ‘돋우는’ 게 맞는지, ‘돋구는’ 게 맞는지도 자주 헷갈리는 문제이다. 낱말의 형태가 비슷해서 오는 혼동이다. ‘돋우다’는 ‘돋다’에 사동 표현을 만들어 주는 접사 ‘-우-’를 붙여 만든 사동사다. “부엌에서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냄새가 난다.”에서와 같이 ‘입맛을 당기게 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또, “발끝을 돋우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처럼 쓰기도 하고, “벽돌을 돋우다”에서와 같이 ‘밑을.. 2019. 8. 14.
부수다, 사귀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8] 성기지 운영위원 받아쓰기를 할 때 ‘부숴 버리다’를 적어 보라고 하면, 쓰는 사람에 따라서 대개 두 가지 형태가 나온다. 어떤 이는 ‘부셔 버리다’로 적고, 어떤 이는 ‘부숴 버리다’로 적는다. ‘부셔 버리다’와 ‘부숴 버리다’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기 때문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부셔’와 ‘부숴’의 기본형을 살펴봐야 한다. (‘부시어’의 준말인) ‘부셔’는 ‘부시다’가 기본형이고, (‘부수어’의 준말인) ‘부숴’는 ‘부수다’가 기본형이다. ‘부시다’는 “밥 먹은 그릇을 물로 부시다”, “냄비를 깨끗이 부셔 놓아라.” 등에서와 같이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또 동음이의어로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수가 없다.”처럼 ‘빛이나 색.. 2019. 8. 7.
서, 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금의 무게를 달 때 3.75그램을 한 돈으로 계산해서 ‘한 돈’, ‘두 돈’ 하고 헤아리고 있다. 이때 ‘세 돈’, ‘네 돈’이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고 있는데, 이것은 표준말이 아니다. 연세 많은 분들 가운데는 ‘석 돈’이나 ‘넉 돈’이라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금의 무게를 재는 단위인 ‘돈’ 앞에서는 ‘서’와 ‘너’를 써서, 각각 ‘서 돈’, ‘너 돈’이라고 말하는 것이 표준 어법이다. ‘서’와 ‘너’라는 숫자말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예부터 “셋이나 넷쯤 되는 수”를 말할 때 ‘서너’라는 말을 써 왔다. 그래서 지금도 ‘금 서너 돈’이라 한다든지, ‘서너 .. 2019. 7. 31.
이서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6]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일본과의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날살이에 아직 남아 있는 일본말 찌꺼기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잘 알고 있듯이, 청산되지 않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는 대체로 그 모습이 얼른 드러나지 않는 ‘일본식 한자말’들이다. 전통적인 한자말 ‘이해’(理解)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한자말 ‘납득’(納得; なっとく)으로 대체되었다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지금은 가계에서 수표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오만 원짜리 지폐가 발행되기 전에는 개인도 수표를 자주 사용하였다. 물건 값을 치르기 위해 수표를 낼 때, 흔히 “수표 뒷면에 이서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수표 뒷면에 보면, 이름.. 2019. 7. 24.
놀래키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5] 성기지 운영위원 ‘남을 놀라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은 ‘놀라다’의 사동사인 ‘놀래다’이다. 입말에서 흔히 ‘놀래키다’로 쓰고 있지만 이는 ‘놀래다’의 충청도 지역 방언이다. 물론 사투리라 해서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표준말을 써야 하는 언론에서 “그의 은퇴 선언은 유권자들을 깜짝 놀래켰다.”라든지, “마치 온 국민을 놀래키려고 발표한 담화문 같았다.”처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 문장에서 ‘놀래키다’를 단순히 ‘놀래다’로 고칠 경우 문장이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각각 ‘놀라게 했다’와 ‘놀래 주려고’ 들처럼 바꿔 주면 자연스럽다. ‘놀래키다’ 못지않게 자주 사용하는 말로 ‘혼내키다’도 있다. “말 안 듣는 아들을 혼내키고 싶다.”와 같이 쓰.. 2019. 7. 18.
늙은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4] 성기지 운영위원 국어사전대로라면 마흔 살 안팎의 나이를 중년이라 하고 중년이 지난 사람을 늙은이라 하니 쉰 살이 넘으면 늙은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오십대 남녀를 보고 늙은이라 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사전에서 밝힌 늙은이는 오십대부터이다. 늙은이는 젊은이의 상대되는 말일 뿐 결코 부정적인 말은 아니니 크게 거부할 것은 없다. 하지만 젊은이 가운데는 늙은이를 ‘노틀’, ‘꼰대’로 낮추며 경원시하는 이들이 있다. ‘노틀’은 속어이고 ‘꼰대’는 은어이다. ‘노틀’은 중국어 ‘老頭兒[laotour, 라오터울]’이란 말에서 온 차용어이다. ‘老頭兒’는 ‘노인(老人)’을 뜻하는 ‘老頭’에 접미어 ‘兒’가 덧붙은 어형인데, 이 말이 한국어에 ‘노틀’로 정착한 것이다. 그런데 ‘흰 머.. 2019. 7. 10.
남북한말 몇 가지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3] 성기지 운영위원 정부의 지원으로 편찬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있고, 남북한 언어 차이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가볍지 않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말 가운데 우리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가 혼동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남북한 언어 차이가 생각보다 그리 심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신이 흐릿한 상태를 흔히 ‘흐리멍텅하다’고 말하지만, 표준말은 ‘흐리멍덩하다’이다. “하마트면 큰일 날 뻔했다.”처럼 ‘하마트면’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는데 ‘하마터면’이 표준말이다. 귀지를 파내는 기구를 ‘귀지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표준말은 ‘귀이개’이며, “담배 한 가치만 빌려 주세요.”라고 할 때의 ‘가치’도 표준말로는 ‘개비’라고 해야 한다. 또, 낳은 지 얼마 안 .. 2019. 7. 3.
양말을 기웁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2] 성기지 운영위원 하지를 지나 소서를 앞둔 요즘이야말로 농촌은 논밭 일과 농장 일, 과수원 일에 한창 일손이 달리는 때이다. 그래서인지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도 산문 밖을 나서서 일손을 거들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을 읽다가 “스님이 바쁜 일손을 도웁니다.”라는 기사문을 보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초등학생들의 방학숙제가 화제가 되며 “엄마가 숙제를 도웁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드물지 않게 “불우 이웃을 정성껏 도웁니다.”라고 쓴 기사들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라디오 방송에서 “재봉틀이 헤지고 짧아진 교복 치맛단을 꼼꼼하게 기웁니다.”라는 기자의 현장 중계 목소리를 들었다. “할머니께서 구멍 난 양말을 기웁니다.”라는 문장도 어느 글에선가 본 듯하다. .. 2019. 6. 26.
암과 수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1] 성기지 운영위원 암과 수가 붙어 새 말이 만들어질 때에, 우리말의 속살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암컷’, ‘수컷’이라고 하는 말은 사실은 ‘암’과 ‘것’, ‘수’와 ‘것’이 각각 합쳐진 낱말이다. 그런데, ‘것’이라는 말이 암수 뒤에서 ‘컷’으로 변했다. ‘암+개→암캐’, ‘암+돼지→암퇘지’, ‘수+닭→수탉’ 들이 모두 그러한 경우이다. 옛말에서 ‘암’과 ‘수’는 각각 ‘암ㅎ’과 ‘수ㅎ’였다. 끝에 ‘ㅎ’ 소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각각 ‘암’과 ‘수’로만 쓰이게 되었다. 곧 ‘ㅎ’ 소리가 밖으로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암’과 ‘수’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여전히 ‘ㅎ’ 소리를 품고 있다... 2019.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