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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말20

아등바등 [아, 그 말이 그렇구나-322] 성기지 운영위원 “반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동거렸다.”에서 볼 수 있듯이, 힘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쓴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바동거리다’, ‘바동대다’이다. 이 ‘바동거리다/바동대다’의 큰말은 ‘버둥거리다/버둥대다’이다. 그러나 실제 말글살이에서는 “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둥거렸다.”처럼 많은 사람들이 ‘바둥거리다/바둥대다’로 쓰고 있다. 본디 말과는 어긋난 표현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이처럼 쓰고 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둥거리다/바둥대다’를 표준말로 올려놓았다. “으리으리한 저택 주인 앞에서는 왠지 굽신거리게 된다.”에서 ‘굽신거리다’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2020. 2. 12.
모음소리를 바르게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6] 성기지 운영위원 2020년 새 아침이 밝았다. 묵은해의 그늘진 기억들을 말끔하게 털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새 힘을 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세요.’라고 할 때, ‘움츠리다’를 ‘움추리다’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오므리다’를 ‘오무리다’로 잘못 쓰고 있는 사례도 자주 눈에 뜨인다. 아무래도 ‘으’보다는 ‘우’가 소리 내기 편해서일까?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오므렸던’ 다리를 쭉쭉 뻗어, 새해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처럼 우리 말살이에서는 모음소리를 바르게 내지 않는 사례들이 더러 눈에 뜨인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보신각 타종 행사가 단출하게 치러졌다고 하는데, 이때의 ‘단출하다’를 ‘단촐하다.. 2020. 1. 2.
으악새와 학 [아, 그 말이 그렇구나-300] 성기지 운영위원 한때는 ‘행주치마’가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었지만, 곧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훨씬 전의 우리 문헌들에, 부엌일을 할 때 앞에 두르는 작은 치마를 ‘행자치마’라고 쓴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부엌에서 그릇을 닦는 깨끗한 헝겊을 ‘행자’라고 하였다. 이 ‘행자치마’와 ‘행자’가 오늘날 ‘행주치마’와 ‘행주’로 발음이 변하여 표준말로 정착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의 유래는 잘못 알려지기 쉽다. 원로가수 고복수 선생님이 부르셨던 의 첫 소절에 나오는 ‘으악새’의 어원에 대해서 여러 주장이 있어 왔다. 그 중 ‘으악새’는 새가 아니라 ‘억새’란 이름의 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노래의 작사자는 ‘으악.. 2019. 8. 21.
서, 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금의 무게를 달 때 3.75그램을 한 돈으로 계산해서 ‘한 돈’, ‘두 돈’ 하고 헤아리고 있다. 이때 ‘세 돈’, ‘네 돈’이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고 있는데, 이것은 표준말이 아니다. 연세 많은 분들 가운데는 ‘석 돈’이나 ‘넉 돈’이라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금의 무게를 재는 단위인 ‘돈’ 앞에서는 ‘서’와 ‘너’를 써서, 각각 ‘서 돈’, ‘너 돈’이라고 말하는 것이 표준 어법이다. ‘서’와 ‘너’라는 숫자말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예부터 “셋이나 넷쯤 되는 수”를 말할 때 ‘서너’라는 말을 써 왔다. 그래서 지금도 ‘금 서너 돈’이라 한다든지, ‘서너 .. 2019. 7. 31.
놀래키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5] 성기지 운영위원 ‘남을 놀라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은 ‘놀라다’의 사동사인 ‘놀래다’이다. 입말에서 흔히 ‘놀래키다’로 쓰고 있지만 이는 ‘놀래다’의 충청도 지역 방언이다. 물론 사투리라 해서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표준말을 써야 하는 언론에서 “그의 은퇴 선언은 유권자들을 깜짝 놀래켰다.”라든지, “마치 온 국민을 놀래키려고 발표한 담화문 같았다.”처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 문장에서 ‘놀래키다’를 단순히 ‘놀래다’로 고칠 경우 문장이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각각 ‘놀라게 했다’와 ‘놀래 주려고’ 들처럼 바꿔 주면 자연스럽다. ‘놀래키다’ 못지않게 자주 사용하는 말로 ‘혼내키다’도 있다. “말 안 듣는 아들을 혼내키고 싶다.”와 같이 쓰.. 2019. 7. 18.
남북한말 몇 가지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3] 성기지 운영위원 정부의 지원으로 편찬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있고, 남북한 언어 차이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가볍지 않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말 가운데 우리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가 혼동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남북한 언어 차이가 생각보다 그리 심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신이 흐릿한 상태를 흔히 ‘흐리멍텅하다’고 말하지만, 표준말은 ‘흐리멍덩하다’이다. “하마트면 큰일 날 뻔했다.”처럼 ‘하마트면’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는데 ‘하마터면’이 표준말이다. 귀지를 파내는 기구를 ‘귀지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표준말은 ‘귀이개’이며, “담배 한 가치만 빌려 주세요.”라고 할 때의 ‘가치’도 표준말로는 ‘개비’라고 해야 한다. 또, 낳은 지 얼마 안 .. 2019. 7. 3.
암과 수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1] 성기지 운영위원 암과 수가 붙어 새 말이 만들어질 때에, 우리말의 속살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암컷’, ‘수컷’이라고 하는 말은 사실은 ‘암’과 ‘것’, ‘수’와 ‘것’이 각각 합쳐진 낱말이다. 그런데, ‘것’이라는 말이 암수 뒤에서 ‘컷’으로 변했다. ‘암+개→암캐’, ‘암+돼지→암퇘지’, ‘수+닭→수탉’ 들이 모두 그러한 경우이다. 옛말에서 ‘암’과 ‘수’는 각각 ‘암ㅎ’과 ‘수ㅎ’였다. 끝에 ‘ㅎ’ 소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각각 ‘암’과 ‘수’로만 쓰이게 되었다. 곧 ‘ㅎ’ 소리가 밖으로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암’과 ‘수’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여전히 ‘ㅎ’ 소리를 품고 있다... 2019. 6. 19.
눈망울, 꽃망울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7]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맑은 눈망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구체적으로 눈의 어떤 부분일까? 보통 눈알 앞쪽의 도톰한 부분을 가리키거나 또는 눈동자가 있는 곳을 눈망울이라 한다. 그러니 눈동자와는 조금 다르다. 비슷한 말 가운데 ‘꽃망울’이 있는데,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꽃망울이라고 한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북한산 아카시아 꽃이 이미 활짝 피었다. 열흘 전에만 해도 꽃망울이 송송했던 가지가 눈부시게 하얀 꽃들을 가득가득 매달고 있다. 눈망울이 있는가 하면 ‘콧방울’도 있다.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을 콧방울이라 한다. ‘눈망울’, ‘콧방울’ 하니까 ‘귓볼’이란 말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가운데 “귓볼이 두둑해야 수명.. 2019. 5. 22.
우유갑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6] 성기지 운영위원 어린이가 있는 집은 대개 현관문에 우유 주머니가 매달려 있다. 여기에 우유 배달원이 새벽마다 우유를 넣고 가는데, 이 우유를 담은 종이 상자를 ‘우유곽’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표준말은 ‘우유곽’이 아니라 ‘우유갑’이다. ‘우유갑’으로 적고 [우유깝]으로 발음한다. 사전에 보면 ‘갑’은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를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갑’과 많이 혼동하고 있는 ‘곽’은 ‘성냥’을 가리키는 제주 사투리로 남아 있는 말이다. 발음을 올바르게 하지 않아서 본래의 낱말이 잘못 쓰이고 있거나 뜻이 전혀 달라지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자를 나타내는 말에 ‘곽’이 붙어 쓰이는 우리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벌통에서 떠낸 꿀을 모아 담는, .. 2019. 5. 15.